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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미리보는 오바마의 히로시마 동선…한국인 위령비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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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표된 건 위령비 헌화·메시지 발표 뿐

연합뉴스

히로시마 원폭 돔[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원폭 투하 후 71년만에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히로시마(廣島)를 찾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동선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방문을 하루 앞두고 있음에도 원폭 투하지점 옆에 조성된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 내 위령비에 헌화하고, 짧은 메시지를 발표한다는 일정만 공표된 상태다.

예상을 하자면 지난달 11일, 오바마에 앞서 평화기념공원을 찾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동선이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과 함께 움직인 케리는 원폭의 참상을 담은 사진과 유품 등이 전시된 원폭 자료관(히로시마평화기념자료관)을 참관하고 방명록에 서명한 뒤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한 다음 예정에 없던 원폭돔 시찰을 했다. 원폭 자료관과 위령비, 원폭돔은 일직선상에 있다.

이 세 장소 가운데 일본의 원폭 피해가 응축된 원폭 자료관 방문은 원폭을 투하한 나라의 현직 대통령 입장에서 민감한 측면이 있을 수 있어 오바마의 판단이 주목된다. 다만 원폭 자료관 이상으로 원폭의 피해를 실감할 수 있는 곳이 없기에 오바마 자신이 낼 메시지에 무게를 싣기 위해서라도 참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G7의 다른 나라 장관들과 함께 자료관을 참관한 케리는 그 민감성을 감안해 원폭 자료관내 동선은 취재진에 공개하지 않을 것을 일본 측에 요구했고, 그대로 관철됐다.

식민지 시절 강제 또는 자의로 일본에 건너간 조선인 중 약 2만 명이 히로시마 원폭에 희생된 만큼 한국민들은 오바마가 한국인 위령비를 찾을지 여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원 안에 설치된 한국인 위령비는 오바마가 헌화할 위령비에서 걸어서 2분이면 갈 수 있기에, 가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물리적인 어려움은 크지 않다.

한미일 3각 공조 복원을 위해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중재하는데 힘써온 오바마 입장에서 한일 양국을 동시에 배려하는 차원에서 한국인 위령비를 방문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존재한다.

오바마의 헌화가 예정돼 있는 위령비에 한국인 희생자의 이름도 봉납돼 있긴 하지만 식민지와 원폭이라는 2중의 고난을 겪은 한국인 피해자들을 별도로 추도한다면 그것은 이번 방문이 일본의 과오에 대한 '면죄부 주기'가 아님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보가 될 수 있다.

다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동행하는 만큼 오바마의 판단에 일본 정부의 의향이 반영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작년 8·15에 아베 총리가 발표한 전후 70년 담화에서도 조선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사실상 피해갔던 만큼 일본 측은 한국인 위령비 참배가 식민지배의 문제를 상기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할 수 있을 전망이다.

jhcho@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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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평화공원내 한국인 위령비[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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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자료관 전시물 중 하나인 녹아내린 병들[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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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참배할 원폭 희생자 위령비[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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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의 지난 11일 모습. 원폭 자료관에서 찍은 것으로, 사진 아래 아치형 구조물이 위령비이고, 사진 위쪽 산(山)과 겹쳐지는 건물이 원폭돔이다.[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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