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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책은 인테리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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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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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시티 제공


책은 콘텐츠다? 이제는 책의 물성(物性)과 장식적 요소도 중요하다.

주부 이소연 씨(36)는 최근 전원주택을 리모델링하며 인테리어의 주제를 ‘책’으로 잡았다. 그는 미술 작품이나 인테리어 소품 대신 미국 작가 바버라 쿠니나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책 등으로 거실과 현관, 주방 등 집 안 곳곳을 꾸몄다.

그의 집에선 책이 책장에 일렬로 꽂혀 있지 않다. 복도 계단에 세워 진열된 책이 있는가 하면, 펼쳐진 상태로 전시된 책도 있다. 이 씨는 책 표지를 전시할 수 있게 전면 책장도 따로 맞췄다. 그는 “예술작품으로도 손색없는 책이 많다”며 “적은 돈으로 책만큼 다양하게 인테리어 연출을 할 수 있는 소품도 없다”고 말했다.

이 씨처럼 ‘장식’으로의 책 가치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예쁜 책을 오브제로 사용한 사진이나 화려한 책장을 자랑하는 사진을 찾는 게 어렵지 않다. 서울 홍익대 앞이나 이태원 등에는 책을 대량 비치해 놓은 북카페가 몰려 있다. 책을 테마로 한 술집, 책바도 생겼다. 출판사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북카페 ‘카페 꼼마’의 장으뜸 대표는 “애서가가 아닌 손님들도 책이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을 때 느껴지는 정취를 좋아한다. 카페를 열기 전 예상했던 것보다 반응이 훨씬 좋아 2호점에 이어 다른 지점 개설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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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과 책장으로 북카페처럼 연출한 거실. 책장에 문을 달아 수납장으로도 쓸 수 있게 했다 ①. 전면책장에 표지가 아름다운 책을 진열해 꾸민 거실 ②. 대형 책장으로 벽을 만든 서울 마포구 동교동 북카페 꼼마 2호점 ③. 달앤스타일, 이소연 씨 제공·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인테리어 소품을 파는 일부 업체에서는 책 표지만 있는 모형책, 영미권 잡지, 헌책을 판매한다. 최소 50년 이상 지난 영미권 책을 판매하는 빈티지 전문점 ‘올드시티’의 이용혁 대표는 “레스토랑이나 호텔, 카페 등에 인테리어용으로 책을 판매하는 경우가 다수지만 개인 고객도 적지 않다”고 했다.

출판사들도 책의 장식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학 전집을 비롯한 시리즈 도서를 내는 한 대형 출판사 관계자는 “시리즈 도서의 경우 중간에 사소하게 디자인이 바뀌어도 항의 전화를 많이 받을 만큼 표지 디자인이 중요하다”며 “책 수집 독자가 진열하는 방식을 고려해 책등(옆면) 디자인을 먼저 하는 출판사도 있다”고 말했다. 예술서 전문 출판사인 미메시스의 홍유진 대표는 “책 기획 단계부터 내용뿐 아니라 책을 들고 다닐 때나 진열할 때의 장식성을 고민한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장식적 가치가 높은 화집이나 사진집 같은 이른바 ‘커피 테이블 북’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인식이 높았지만 이제는 이런 수요도 늘고 있다. 홍 대표는 “그래픽 노블 전집이나 예술서 시리즈를 인테리어 목적으로 구입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했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진열할 수 있는 가구도 늘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박지현 달앤스타일 대표는 “기성제품 중에서도 전면 책장이나 걸이식 책꽂이처럼 일반적인 책장과 디자인이 다른 제품이 많다”면서 “책에 담긴 이야기가 각각인 만큼 주제와 공간의 분위기를 고려해 매치하는 것이 좋은 연출법”이라고 조언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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