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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정치권의 어설픈 훈수…산으로 가는 조선·해운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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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노조가 경영 감시"…경제실정론 부각시켜 경제민주화 속내

與 '조선업 특별고용업종' 지정…민심 달래기용?

구조조정 올인도 모자랄 판에…성과연봉제 논란 휘말린 산은

뉴스1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관련 당정협의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모두발언을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경청하고 있다. 2016.5.24/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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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이정우 기자,박윤균 인턴기자 = 생존의 기로에 선 조선·해운업계가 구조조정이 한창인 가운데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조선 3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실직자가 수만명에 이를 것이란 우려와 이에 따른 지역경제 붕괴 조짐에 정치권이 발벗고 나서는 모양새지만 속내는 제각각이다.

정부여당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19대 국회 야당의 벽에 막힌 성과연봉제와 노동유연화 등을 추진하려는 반면, 야당은 부실기업의 경영실책을 이유로 기업들의 경영권을 견제할 강력한 장치 마련을 들고 나왔다.

19대 국회 내내 충돌해온 정부여당의 '노동개혁법'과 야당의 '경제민주화' 논쟁이 무대를 옮겨 2라운드에 접어든 양상이다.

◇ 野 "노조가 경영 감시해야"…경제실정론 부각 의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해 협력사 대표단과 노조와 잇달아 간담회 열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형 국영기업체나 대우조선해양처럼 1만명 이상 고용하는 업체는 근로자들이 경영 감시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책임소재는 경영진이나, 특히 소유주에게 있다"고 부실경영 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이어 "산은 경영에서도 불합리한 측면이 많이 노출되고 있다"며 "산은이 책임지고 있다"고 대우조선해양을 관리중인 산업은행을 정조준했다.

김 대표의 언급 이후 정치권과 재계는 발칵 뒤집혔다. 구조조정에 한창인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업계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의 경영권 전반에 대한 강력한 견제 장치 마련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이같은 주장은 정부여당과 금융당국의 무능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자신의 오랜 지론인 '경제민주화' 관철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직하거나 실직 위기에 놓인 업계 종사자들의 분노를 토대로 경제민주화 입법화의 동력으로 삼는다는 구상이 깔려 있다.

또한 조선해운업계 기반이 모두 여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영남에 몰려 있다는 점도 야권에는 호재다. 정부와 경영진의 무능을 부각시킬수록 정치적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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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故 노무현 대통령 7주기 추모식에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2016.5.2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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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 '조선업 특별고용업종' 지정…언발에 오줌누기?

조선해운업계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흉흉해진 영남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정부여당은 부랴부랴 지원책을 내놨다.

새누리당은 24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금융당국과 고용노동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협의를 열고 상반기 중 '조선업 특별고용업종' 지정에 뜻을 모았다. 구조조정 관계자에 대한 세금과 장애인분담금 등의 납부 유예와 대출요건 완화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지원책에 대한 업계 반응은 냉랭하다. 산업은행 등 금융당국과 정부가 뻔히 위기를 인지하고서도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구조조정 타이밍을 실기했다는 지적이다. 당정협의에서 내놓은 지원대책은 조선해운업 회생의 근본대책이 아닌데다, 하청업체와 일용직 근로자는 대상에서 빠지는 등 허점을 보이고 있다. 재원마련 방안이 빠진 점도 지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의 수주절벽 얘기 나온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차일피일 미뤄오지 않았나"라며 "총선이 끝나자마자 '환부를 도려내겠다'며 칼을 빼들었지만 이미 많이 늦은거 아니냐"고 말했다.

◇ 구조조정 올인해도 모자랄 판에…성과연봉제 논란 휘말린 산은

조선·해운 업종을 중심으로 한 부실업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정부가 야당과 노조에서 강력히 반대하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붙이면서 구조조정은 시작부터 정치적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 주도로 준정부기관과 공기업들이 잇달아 성과연봉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노조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성과연봉제 관련 불법 및 인권유린 실태 조사단(성과연봉제조사단)'을 꾸렸다. 특히 야당은 산업은행이 노사합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며 김종인 대표에 이어 산은에 날을 바짝 세우고 있다.

한정애 더민주 성과연봉제조사단장은 이날 산업은행 본점을 방문해 "상임위 또는 국회차원 특위 등을 다 열어놓고 원내대표와 국회 차원의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향후에도 예보, 주택금융공사 등 10개 정도의 공기업 현장조사에 나설 방침을 밝히며 공세를 예고했다.

조선·해운을 시작으로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 5대 부실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에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이를 진두지휘할 산은이 정치권 공방에 휘말리면서 구조조정이 시작부터 좌초 위기를 맞았다는 탄식이 터져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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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애 더민주 성과연봉제 관련 불법 및 인권유린 실태 진상조사단장을 비롯한 진상조사단이 24일 오전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를 찾아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2016.5.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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