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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빈껍데기 국적선사, 제2의 조양상선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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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계열사 매각→선박 등 핵심자산 처분→대주주 사재출연…> 시장 도태?
정부·채권단 요구대로 돈 되는것 다 팔아치운 한진해운·현대상선
조양상선과 비슷한 길.. 글로벌 경쟁력도 약화


파이낸셜뉴스

'금융계열사 매각, 선박 등 보유자산 처분, 대주주의 사재출연 300억원.'

자율협약을 진행 중인 현대상선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사실 한때 한국의 3대 원양선사 중 하나였던 조양상선이 회생을 위해 진행했던 내용이다. 최근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그 결말까지 같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와 채권단이 시키는 대로 '돈 되는 모든 것'을 팔아치우고 난 후 글로벌 경쟁사와의 경쟁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은 기업을 살리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기업이 자기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와 채권단은 이런 사정을 감안해 세밀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정부 요구 다 들어준 조양상선 결국 파산

6일 업계에 따르면 해운사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조양상선 사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요구한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해 '돈 되는 자산'을 모두 매각했지만 결국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넘어가 청산 수순을 밟았기 때문이다.

조양상선은 1961년 설립돼 1979년 한국 선사로서는 처음으로 극동~유럽 간 컨테이너 정기항로를 개설하는 등 한국의 대표 선사로 성장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 때 경영난에 빠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대주주의 사재 출연과 선박 18척 매각 등 보유자산의 70% 이상을 매각해 7000억원 이상의 차입금을 상환하는 등 구조조정 모범사례로 회자되기도 했다. 최근 중국계 안방보험에 매각된 알리안츠생명의 전신인 금융계열사 제일생명도 이때 매각됐다. 이 모든 것이 정부의 '부채비율 200%' 지침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조양상선은 정부의 요구대로 구조조정을 착실히 진행했지만 2001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다고 판단, 결국 파산으로 결론이 났다.

■빈껍떼기 국적선사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 우려

나란히 자율협약에 들어간 현대상선과 한진해운도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 현대상선은 2013년 계열사 지분과 사업부문 매각 등으로 3조3300억원을 마련하는 선제적 자구안을 발표하고 초과 달성까지 했으나 자율협약을 앞두고 추가 자구안을 제출해야만 했다. 한진해운도 2조원에 가까운 자구안을 초과 달성했지만 최근 4000여억원의 유동성 확보방안을 담은 추가 자구안을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두 선사는 수익이 나는 계열사와 사업부문을 대부분 매각했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현대로지스틱스, 액화천연가스(LNG)사업부, 벌크전용선사업부를 매각했고 한진해운은 전용선사업부와 터미널 지분 등을 처분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조양상선과 같은 길을 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예나 지금이나 다 팔아버리는 걸 구조조정의 만사형통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선사 모두 컨테이너 하나만 남아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이 취약한 건 사실"이라며 "정부 지원으로 회생이 된다 해도 얼마나 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솔직히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의사가 집도할 때 암이라고 해서 장기를 모두 떼어내면 회복 후에도 큰 후유증이 남듯이 구조조정도 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추진한다면 해운사가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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