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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계약성사시키면 수수료 500만원" 얼어붙은 지방 주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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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가뭄에 수수료 슬쩍 올리는 중개업소까지…"4~5월 부동산 급속 냉각" ]

머니투데이

아파트 단지 전경.


"집 보러 오는 손님이 워낙 드물어요. 수수료 500만원 보장해 주시면 계약 성사 조건으로 한번 해볼게요."

전북 전주에 사는 A씨는 최근 살고 있는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는 과정에서 부동산 중개업자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았다. 처음엔 '집만 괜찮으면 금방 팔리겠지' 하는 생각으로 중개업자에게 법정 수수료대로만 지급할 생각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한 달이 훌쩍 넘도록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자 불안해졌다. 결국 중개업자를 찾아가 수수료를 넉넉히 챙겨주겠다며 매매를 부탁했다. 이후 2~3명이 집을 보러 오긴 했지만 여전히 거래는 성사되지 않고 있다.

주변 시세에 비해 비싼 편도 아니지만 급매가 아니면 좀처럼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중개업자는 귀띔했다. A씨는 "이젠 집만 빨리 처분되면 수수료 500만원도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달 여신심사강화 가이드라인이 지방으로 확대 적용되면서 지방 아파트값 하락은 물론 거래 실종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일부 투자 수요가 몰리는 지역을 제외한 지방 대부분이 부동산 침체가 가중되는 등 대출규제의 직격탄을 맞았다.

전주의 B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만 해도 혁신도시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가 잘 됐는데 올 들어 전세 말고는 문의 자체가 줄었다"며 "2억~3억원대는 물론 1억원 중반대 아파트까지 영향을 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북은 올 1분기 아파트 매매가가 전년 대비 0.02% 내렸다. 지난 2014년 4분기 이후 1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같은 기간 매매건수도 5855건으로 전년 대비 6.5% 줄어 일찌감치 시장 위축이 감지됐다. 최근에는 대출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면서 매매가 하락 폭이 확대되고 거래 건수도 급감하는 추세다.

혁신도시로 한 때 수요가 몰렸던 광주도 침체 국면이기는 마찬가지다. 1분기 광주 아파트 매매가는 0.02% 떨어져 2009년 4분기 이후 7년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1분기 아파트 매매건수는 4574건으로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2분기 들어 매수심리는 추가로 위축됐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올 1분기 전북에서 총 6개 단지가 분양을 마쳤지만 이 중 3개 단지는 순위 내 청약이 미달됐다"며 "계속된 공급 여파와 이달 대출규제 강화 영향으로 전라권 전역에서 매수심리가 크게 얼어붙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전히 투자 수요가 살아 있는 부산과 대구, 제주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지방은 대부분 대출규제의 영향권 하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충청권에선 세종시를 제외한 대전, 충남, 충북이 1분기부터 계속해서 매매가 하락 추세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대출규제가 수도권에서 먼저 시행됐고 지방으로 확대적용되는 시기도 미리 발표하긴 했지만 실제 영향이 적다고 볼 수는 없다"며 "대부분 지방이 1분기부터 하락 조짐을 보였기 때문에 2분기에도 매매가 하락과 거래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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