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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트럼프 뜻대로면… 한국이 낼 미군 분담금 年 9320억→2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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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美 대선]

한·미동맹 시험대가 될 차기정부의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 주한미군은 한·미 양쪽에 이익

한국은 북한 위협에 공동대처, 미국은 아시아 주도권 유지

트럼프 '100% 부담' 논리 안맞아

- 미국·야당 사이에 낀 정부

"분담금 90%, 우리 주머니 돌아와"

정부가 야당에 반박하는 논리… 트럼프측에서 되레 악용할 수도

현재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2018년 말 종료된다. 2018년과 2017년 초에 각각 출범하는 한·미의 새 정부가 취임 초기에 새로운 방위비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한·미 동맹의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내는 분담금은 푼돈(peanut)"이라고 여기는 도널드 트럼프가 그때 미국 행정부의 수장(首長)이라면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의 방위비 관련 발언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은 공식적 비판은 삼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상당한 수준을 부담하고 있다"며 불편해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우리의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액은 9320억원으로, 주둔 총비용(약 2조원 추정)의 50% 정도라고 우리 정부는 평가하고 있다.

◇미국과 국내 시민 단체 사이에 낀 딜레마

주한 미군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는 동시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주도 질서를 유지하며 미국의 안보적 이익에 긴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한·미 양국이 모두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비용을 100% 부담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논리는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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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트럼프만큼 과격하지는 않지만 "동맹국들이 분담금을 좀 더 내줘야 한다"는 인식이 미 정치권 전반에 퍼져 있다는 것이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2013년 방위비 협상을 앞두고 "주한 미군의 주둔 비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의 분담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고, 미 의회조사국(CRS)도 한·미 관계 보고서에서 "미국 국방부 관리들이 한국에 50% 이상의 분담률 증가를 요청했다"고 했다.

이런 인식 배경에는 미 국방 예산 감축이 있다. 미국은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매년 정부 예산을 자동으로 삭감하도록 했고, 국방 예산이 그 첫 번째 대상이 됐다. 국방 예산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동맹국에 짐을 나눠서 질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분담금 규모를 두고 미국과 국내 시민 단체, 야당이 완전히 다른 주장을 하는 것도 우리 정부의 딜레마다. 미국 측은 "한국이 방위비 분담을 충분히 하지 않는다"고 하는 반면, 국내 일부 시민 단체, 야당들은 "미군 주둔 비용을 너무 많이 내고 있다"며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정부가 한쪽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논리를 개발하면 반대쪽 주장에 악용(惡用)될 가능성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다. 예를 들어 정부는 2014년 방위비 협상 타결 당시 국내 시민 단체, 야당에 "방위비 분담금 90%는 미군 고용 우리 근로자, 국내 건설·군수업체를 통해 결국 우리 주머니로 되돌아온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등이 이 점을 들어 "거봐라, 결국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 보고 있지 않냐"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우리 분담금 23년간 9배 늘어

우리 정부는 1991년부터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공식적으로 부담하기 시작했다. 1966년 한·미 정부가 체결한 '주한 미군 지위 협정(SOFA)'을 근거로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을 1991년 맺었기 때문이다. 주한 미군 지위 협정 제5조에 따르면 미국 측은 주한 미군 유지 경비를 부담하고 한국 측은 주둔에 필요한 시설과 구역을 제공토록 돼있다.

방위비 분담금은 1991년 1억5000만달러를 시작으로 23년간 9배가량 늘어났다. 1998년 IMF 사태 때는 우리의 어려운 경제 사정 때문에 일시적으로 줄었고, 2005~06년엔 주한 미군 감축으로 비용이 동결됐다. 2014년부터는 유효기간 5년의 제9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합의 사항이 적용되고 있다. 전전(前前) 연도 소비자물가 지수 인상률을 적용해 매년 인상하되 인상률은 4% 이하로 하고 있다. 예산 편성 및 결산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국회 보고도 의무화했다.

방위비 분담금은 인건비, 군사 건설비, 군수 지원비로 나뉘어 사용되고 있다. 인건비는 주한 미군에 근무 중인 한국인 근로자 임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총인건비의 75% 이내에서 제공된다. 군사 건설비는 막사·환경 시설 등 주한 미군 시설 건축을 지원하는 것이다. 군수 지원비는 탄약 저장, 항공기 정비, 철도·차량 수송 등 용역 및 물자 지원을 하는 것이다. 이 중 군사 건설비가 45%(2014년)로 가장 비중이 높다.

[임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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