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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유대인 죽여라' 스페인 마을 이름 바꾸자 극우파 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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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세파르디 유대인'에게 스페인 국적 부여 발표하는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EPA=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스페인의 한 작은 마을이 '유대인을 죽여라'라는 뜻의 마을 이름을 바꾼 이후 극우파들의 난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AP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극우단체가 개명에 항의하는 뜻에서 마을 표지판이나 건물에 극우 상징이나 메시지 페인트 낙서를 남기고 떠나는 것이다.

주민 50명의 스페인 북부 마을은 지난 2014년 주민 투표를 통해 '유대인을 죽여라'라는 의미의 마을 이름 '카스트리요 마타후디오스'(Castrillo Matajudios)를 '유대인의 언덕'이라는 뜻의 '카스트리요 모타 데 후디오스'(Castrillo Mota de Judios)로 바꾸었다.

마을 이름을 바꾼 뒤 유대인이나 이스라엘 대표들이 마을을 찾을 때마다 항의 시위뿐 아니라 총 6차례에 걸쳐 공공기물 훼손 사태가 벌어졌다고 마을 측은 설명했다.

결국, 이 마을 대표는 "외부에서 온 집단이 공공기물을 훼손하고 있다"면서 경찰에 사건을 신고했다.

이 마을의 원래 이름은 '유대인의 언덕'이었다.

'유대인을 죽여라'라는 이름은 1492년 시작된 스페인의 종교박해 이후인 1627년에 등장했다.

당시 스페인은 국왕 칙령으로 유대인들에게 가톨릭으로 개종할 것을 강요하고 이에 불응하는 자들에게는 국외 추방 또는 화형이라는 가혹한 선택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역사학자들은 로마 가톨릭으로 개종한 유대인의 후손이 스페인 정부에 충성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이렇게 마을 이름을 붙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그러나 행정 기록상의 착오 때문에 빚어진 결과일 수도 있다고 본다.

현재 이 마을에는 유대인이 살고 있지 않지만 많은 주민이 유대 뿌리가 있으며 마을의 문장에도 '다윗의 별'(유대교와 이스라엘의 상징)이 들어가 있다.

스페인 정부는 자국에서 살다가 추방된 유대인을 지칭하는 '세파르디 유대인'의 후손에게 지난해 사실관계를 증명하면 시민권을 부여키로 한 바 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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