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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애들 소리 시끄럽다”…주민 반대에 어린이집 못 짓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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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인구 목소리 커…보육문제 심각해도 설립 무산 잇따라

일본 지바(千葉)현 이치카와(市川)시의 한 사회복지법인은 0~5세 아동 보육원(어린이집)을 열려다 지난달 포기했다. 보육원 예정부지 근처 주민들이 ‘아이들 소리가 시끄럽다’ ‘좁은 도로에 보육원 차량이 다니면 위험하다’는 이유로 거세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치카와시에서 보육원에 들어가려고 기다리는 아이가 373명이나 돼 보육문제가 심각한 곳이다. 그러나 주민 500명이 반대서명을 제출하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노인의 목소리가 큰 일본에서 아이들 소리를 ‘소음’이라고 여겨 반대하는 주민들 때문에 보육원 건립이 무산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총무성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일본의 어린이(15세 미만)는 1605만명으로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2.6%다. 35년째 계속 줄고 있다.

반면 65세 이상은 27%로 일본 사람 4명 중 1명은 노인이다.

마이니치신문은 5일 “최근 3년 동안 일본 전역에서 주민의 반대로 보육원 설립이 무산되거나 연기된 사례가 10건”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현상은 보육원 부족으로 추가 건립 계획을 세운 지바현, 가나가와(神奈川)현, 도쿄(東京)도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가나가와현 지와사키는 0~3세 보육원을 지으려다 보육원 차량 때문에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주민의 반대로 계획을 포기했다. 오키나와현에서는 ‘아이들 소리가 시끄럽다’는 것이 주요 반대 이유였다.

일본은 최근 보육원 부족 문제로 큰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직장에 다니는 한 30대 여성이 아이를 공립 보육원에 맡기려다 추첨에서 떨어지자 인터넷에 “보육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는 과격한 글을 올린 후 보육원 부족 문제를 비판하는 여론이 비등해졌다.

<도쿄 | 윤희일 특파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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