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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공기업, 장애인 고용률 맞추려 계약직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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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부 의무고용률 조사 허점

‘3%’ 의무 채우려 단기 채용 되풀이

고용부는 비정규직 구분 않고 집계

비정규직 58.5%…3개월 계약도

“고용률 조사방법 개선해야”


6급 장애인인 김승재(가명·34)씨는 4년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 입사했다. 5년 가까이 일했지만 승진에서 자꾸 밀렸다. 장애인 차별이라고 불만을 제기했지만 회사는 달라지지 않았다. 공기업은 다를 것 같아 지난해 12월 이직했다. 계약직이지만 성과를 내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했다. 전공과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업무라 자신도 있었다. 그러나 입사해보니 장애인 의무고용률(공공기관 3%)을 맞추려고 공기업이 단기계약직을 채용한 것이었다. 김씨는 “정부가 공공부문 상시·지속 업무 종사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라는 방침을 밝힌 상태인데, 장애인은 단기계약직을 쓰겠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장애인 의무고용 사업체인 공공기관, 국가(정부, 법원, 국회 등), 자치단체 등이 장애인 의무고용률 3%를 맞추기 위해, 김씨의 경우처럼 비정규직으로 장애인을 채용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장애인 의무고용 현황을 조사할 때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 구분하지 않고 장애인 노동자 수로만 고용률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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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장애인 의무고용 사업체(상시노동자 50인 이상)의 장애인 고용률은 2.62%로 지난해에 비해 0.08%포인트 상승했다. 공공기관은 2.93%, 국가·자치단체는 공무원 2.8%, 비공무원 4.05%였다. 그러나 ‘2015년 장애통계연보’를 보면 장애인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58.5%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율(32.5%)을 크게 웃돌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조호근 노동상담센터장은 “장애인 고용률은 해마다 높아지지만 고용의 질은 오히려 나빠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20대 중증 장애인 김지현(가명)씨는 몇년 전 금융감독원에 사무보조업무의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그는 ‘2년 계약직’ 채용이라고 소개받았지만, 그나마 보장되지 않았다. 면접 후 취업이 결정되자 3개월짜리 계약서를 내밀었다. 3개월마다 평가해 계약을 연장한다는 거였다. 김씨는 직장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재계약에 실패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3개월은 수습기간”이라며 “대부분 재계약해 더 일한다”고 해명했다. 주민센터 행정도우미의 경우 1년 계약직인데 최대 2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후 재지원할 수는 없다. 올해 장애인 200명을 ‘저작권지킴이’로 뽑는 한국저작권연합회도 10개월간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재계약을 하지 않고, 매년 새로운 장애인을 채용한다. 한국저작권연합회 관계자는 “우리도 매년 교육하는 게 번거롭지만 좀더 다양한 장애인에게 일할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인권단체의 한 관계자는 “장애인 일자리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용부는 고용률이 몇 퍼센트 올랐는지만 따지고 있다”며 “장애인 고용률이 가장 높은 국가·자치단체의 비공무원 부분(4.05%)이 실제로는 대부분 시간제 단기계약직으로 고용의 질이 가장 나쁘다”고 비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는 곳이 많아서 그걸 강제하는 데 중점을 둬왔다. 앞으로 고용률 조사 방법을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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