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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한은, 국책은행 '출자'보다 '대출' 내세운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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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출자보다 투입한 돈 회수 가능한 대출이 적합"

이주열, 자본확충펀드 대안으로 제시
"중앙은행 손실최소화 원칙은 어느 나라나 예외 없다" 강조

【프랑크푸르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한국은행이 국책은행에 대한 직접적 출자 보다는 자본확충 펀드 등을 통한 대출이 더 낫다는 입장이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찾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4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을 골자로 한 기업 구조조정 지원에 대해 "출자 보다는 대출이 적합하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인 한은이 돈을 찍어내면 결국 인플레이션 우려 등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투입한 돈을 회수할 수 없는 출자 등의 방식을 이용해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나 한은법 개정이 필요한 산업금융채권(산금채)매입에 비해 한은의 직접출자를 절차상 편리함 등의 이유로 선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 지원 방식을 놓고 기재부와 한은 간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법 상으로 한은은 KDB산업은행에는 출자할 수 없지만 수출입은행에는 출자가 가능하다.

정부는 수은의 경우 즉시 한은의 출자가 가능하고, 산은의 경우 산은법을 개정해 출자가 이뤄지도록 하는 방식이, 한은법 개정이나 기재부의 추경 편성 보다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중앙은행의 기본원칙인 손실 최소화의 원칙은 지키겠다"고 말해 사실상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한은은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있지만 어떤 경우더라도, 어떤 형태로 중앙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에) 들어가도 손실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예외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융위기 이후 민간 보험회사인 AIG와 전기기기 제조회사인 GE의 유동성을 지원하면서 출자가 아닌 대출 방식을 택했다. 중앙은행의 손실 최소화 원칙에 따른 것이었다.

연준은 AIG에 긴급대출 등으로 1125억 달러를 대줬다. 이 과정에서 AIG와 자회사 전자산에 대해 담보권이 설정됐다.

또 GE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특수목적회사(SPV)를 통해 기업어음(CP)을 매입하고 SPV에 긴급여신을 제공했다. 경쟁입찰을 통한 기간물 대출제도도 시행됐다.

미국은 1951년 미국 연방재무부와 연준 간의 합의(1951 Treasury-Fed Accord)를 통해 연준이 특정 부분에 대한 자금 지원을 피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러한 사실은 2009년 합의에서도 재확인됐다.

이 총재는 이러한 사례를 예로 들면서 "모두 대출형태를 취하면서 손실 최소화를 위한 노력을 엄청나게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아울러 "한은은 구조조정에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다"며 "어느 나라를 봐도 구조조정에서 주된 역할은 정부가 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구조조정에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한다면 이해할 만한 불가피성과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출자를 100%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며 "중앙은행의 기본 원칙에 따르는 안으로 무엇이 있을지 협의해서 논의하자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자본확충펀드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한은의 직접 출자에는 사실상 난색을 보였다.

자본확충펀드는 이 총재가 통화담당 부총재보로 재직할 당시 직접 구상한 것으로, 한은이 시중은행에 채권을 담보로 대출해 주면 은행들은 그 자금으로 자본확충펀드를 만드는 방식이다. 은행들은 이를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은행에 자금을 지원한다.

회수가 보장되는 담보를 잡고 한은이 은행을 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손실 최소화 원칙에 맞다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이 총재는 "회수 가능한, 확실한 담보를 잡고 대출해준 것이기 때문에 국가자산에 손실을 끼치지 않는다"며 "게다가 손실 최소화 원칙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또 현행법상 가능한 수출입은행 출자에 대해서도 "물론 법을 개정하면 조치할 수 있는 길은 열린다, 단 수은법에 한은이 출자할 수 있는 기관으로 돼 있는 거지 무조건 출자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현행법 상 문제가 없는 한은의 수은 출자는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재부와 한은 등이 참여하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태스크포스(TF)에서 양 기관이 구체적 합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우여곡절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sout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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