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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외제차 타는 아빠 이혼자녀 학원비는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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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이행관리원 1년간 상담건수 4만1813건 달해

신용정보회사 통보 등 제재권한 약해 실효성 떨어져

양육비 체납자 금융정보 조회·출국금지 등 권한 강화해야

이데일리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김진영(가명·52)씨는 16년 전인 2000년 12월 강철수(가명)씨와 협의 이혼하고 아들 강진수(가명·당시 6세)씨를 홀로 키웠다. 생활고에 시달린 김씨는 지난해 서울가정법원에 강씨를 상대로 양육비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강씨에게 아들 육아에 들어간 양육비 중 4430만원을 김씨에게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강씨는 양육비 지급을 외면했다. 강씨는 해외 유학파로 전문직에 종사한다. 법원은 급여를 압류하려던 시점에 강씨가 직장을 그만 둬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김씨는 여성가족부 산하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찾아가 양육비 추심을 의뢰했다. 이행관리원이 양육비 지급을 계속 거부하면 감치하겠다고 압박하자 강씨는 3차례에 걸쳐 김씨에게 200만원을 송금했다.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양육비 부담이 시달리는 한부모 가정이 적지 않다. 그러나 양육비 지급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경제적 여유가 있는데도 이혼 자녀 지원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설립해 양육비 청구를 지원하나 양육비 지급을 거부해도 제재수단이 마땅치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행관리원이 양육비 체납자의 금융정보를 확인하고 직접 양육비를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한부모 가정 월소득 평균의 절반도 못 미쳐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한부모 가구는 2014년 기준 55만9000여가구다. 이 중 47.2%(26만4000가구)가 모자가구(어머니와 자녀)다. 이어 부자가구(아버지와 자녀)가 19. 7%(11만 가구)다. 나머지 18만3000가구는 조손가구나 한부모와 조부모가 동거하는 가구 등이다.

한부모 가구는 대부분 양육비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소득 수준이 낮다. 여가부의 ‘2015년 한부모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약 189만원이다. ‘2014 가계동향조사’ 기준 전체 가구 평균 소득(430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제적 어려움이 크고 양육비 지급 청구를 당연한 권리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이행관리원을 찾는 한부모 가정이 급증세를 보였다.

이행관리원 누적 상담 건수는 설립 1년여 만인 지난달 말 기준 4만1813건으로 집계됐다. 이행관리원은 이중 7069건을 접수해 양육비 지급협의와 추심을 지원했다. 접수된 사건 가운데 법원 결정이나 부모 간 합의로 종결된 사건이 2892건, 실제로 양육비를 지급한 건수가 937건으로 나타났다. 이행관리원 개입으로 양육비를 지급한 금액은 3월 말 기준 45억1200여만원을 넘겼다.

그러나 양육비 체납자가 양육비 지급을 거부해도 이행관리원은 제재할 권한이 없다. 현재 이행관리원은 양육비 체납이 발생하면 업무 협약을 체결한 전국은행연합회, 여신금융협회 등에 명단을 통보해 신용평가 시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아울러 연말정산 등으로 세금을 환급받을 때 압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제재로는 악덕 양육비 체납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아내기는 쉽지 않다.

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법원에서 지급 결정이 떨어져도 모르쇠로 버티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고가 외제차를 타고 재판을 받으면서도 이혼 과정에서 감정이 상해 전 배우자에게 직접 경제적 도움을 주기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행관리원의 제재 권한 강화해야 체납 근절

이행관리원의 법적 권한을 강화해 양육비 체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제19대 국회에서도 있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 등은 지난해 양육비 추심을 돕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놨다.

개정안은 이행관리원이 자체 권한으로 양육비 체납자를 출국 금지할 수 있고 채무자 소득과 재산 증빙자료를 요구해 받을 수 있는 내용 등이 골자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금융정보 조회 등 개인정보를 열람한다는 이유로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됐다.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행관리원 권한이 양육비 협의를 조정하거나 추심을 돕는 등 제한적인 수준”이라며 “외국 이행관리원은 직접 양육비를 받아서 한부모에게 전달하므로 양육비를 꾸준히 받아내는 게 상대적으로 쉽다”라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행관리원이 양육비를 주지 않는 한부모 재산 등 금융 정보를 조회하려면 해당 한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라며 “이행관리원에 제한적으로 금융 정보 등을 조회할 권한을 주고 간소화된 양육비 지급 절차를 만들면 더 많은 한부모 가정이 양육비를 지원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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