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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세무조사에 ‘덜컥’ 코오롱그룹…이웅열 회장 조세 탈루 의혹 드러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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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국세청이 코오롱그룹 세무조사를 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경기도 과천 코오롱 본사 사옥과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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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코오롱그룹이 사정 당국의 타깃이 된 것 같다. 올해 내내 코오롱그룹이 시끌시끌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코오롱 세무조사를 바라보는 재계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국세청이 코오롱그룹 세무조사에 들어가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코오롱그룹 관할인 중부지방국세청이 아닌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진행하는 특별세무조사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검찰 등 사정기관 조사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최근 경기 과천 코오롱인더스트리 사무실에서 회계장부와 컴퓨터 등 관련 자료 일체를 압수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코오롱그룹 지주사인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2곳으로 알려졌다. 코오롱그룹은 2009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하나의 회사를 순수 지주회사인 ㈜코오롱과 산업소재, 화학, 의류업체인 코오롱인더스트리로 분할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코오롱그룹 핵심 계열사로 경영 승계를 앞둔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장남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가 일찌감치 경영수업을 받아온 곳이다.

갑작스러운 코오롱 세무조사를 두고 재계에선 여러 관측이 쏟아진다.

먼저 미국 화학업체 듀폰과의 소송 합의금, 벌금이 회계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들여다볼 거란 예상이다. 코오롱은 첨단소재인 아라미드(금속을 대체하는 방탄용 첨단 소재)를 두고 듀폰과 6년간 소송 공방을 진행해왔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듀폰 영업 비밀을 빼냈다는 의혹으로 시작된 소송이다. 그러다 지난해 합의로 소송을 마무리한 바 있다. 합의금과 벌금은 모두 3억6000만달러(약 4000억원) 규모다.

매경이코노미

2013년 세무조사로 400억원 추징금

코오롱글로벌 등 계열사 실적은 회복

그룹 매출은 수년째 하락세 보이는 중


한편에선 상속세 등 조세 탈루 혐의가 불거졌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2014년 말 별세한 후, 이 명예회장 보유 지분이 이웅열 회장 등 자녀들에게 상속되는 과정에서 상속세 탈루 혐의가 드러났다는 후문. 특히 이번에 투입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세금 탈루 혐의가 큰 기업에 대한 기획, 특별세무조사를 전담한다는 점에서 시선이 쏠린다.

“듀폰 소송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의 회계 처리만 다룰 경우 추징금만 내면 끝난다. 하지만 만에 하나 상속세 탈루 혐의가 불거지면 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웅열 회장과 아들 이규호 상무보뿐 아니라 친인척까지 불똥이 튈지 모른다. 국세청 핵심 부서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나선 만큼 코오롱그룹을 둘러싼 여러 비리 의혹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의 귀띔이다.

코오롱의 세무조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세청은 2013년에도 코오롱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코오롱 계열사 코오롱글로벌은 2007~2010년분 법인세 세무조사에 따라 393억원가량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당시는 코오롱그룹 관할인 중부지방국세청이 세무조사의 주체였지만, 이번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투입됐다. 단순한 추징금 부과에 그치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코오롱그룹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코오롱그룹 사업구조를 보면 크게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화학·패션, 코오롱글로벌의 건설·환경, 코오롱생명과학의 제약·바이오 부문으로 나뉜다. 이 중 매출 비중이 큰 핵심 계열사로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벌이 꼽힌다.

2014년까지만 해도 코오롱그룹은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듀폰과의 소송에 시달려왔고, 코오롱글로벌은 건설 경기 침체로 실적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지난해 5월 듀폰과의 합의로 소송을 마무리한 게 시발점이었다. 2009년 소송전이 시작되면서 코오롱은 최대 시장인 미국은 물론 유럽 수출길까지 막혔지만 이번 합의 덕분에 소송 리스크를 훌훌 털게 됐다. 향후 수출 시장을 확대하는 동시에 신규 투자를 늘려 전 세계 아라미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거란 관측이다. 연간 2조원가량인 아라미드 시장 규모는 2020년 5조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타이어코드, 석유수지 사업 역시 국제유가 하락, 원달러 환율 상승 효과로 원가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웨어러블 기기에 활용되는 ‘유연 유기태양전지(유기물을 기반으로 제작하는 태양전지)’도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키우는 중이다.

덩달아 실적도 상승세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매출 4조8565억원, 영업이익 2805억원으로 1년 새 영업이익이 66% 늘었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코오롱인더스트리 영업이익이 3315억원으로 18%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듀폰 소송이 마무리된 데다 환율 효과로 타이어코드 등 산업자재 부문 이익이 늘면서 올해 실적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오롱글로벌 역시 분위기가 괜찮다. 매년 수백억원씩 손실을 냈지만 최근 부실 자산을 줄줄이 매각하며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톡톡히 봤다. 덕평랜드, 김천에너지, 코리아이플랫폼 등 비주력회사 지분을 잇따라 매각해 부채비율을 350% 수준으로 낮췄다. 올 1분기 코오롱글로벌 영업이익은 1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나 늘었다.

여세를 몰아 신사업 진출에도 나섰다. 코오롱글로벌은 최근 사업 목적에 ‘화장품 제조·판매’를 추가했다. 이란 화장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다. 코오롱글로벌은 5월 중 이란 현지 유통회사 JBP와 화장품 유통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계획이다. 코오롱글로벌의 현지 파트너 JBP는 이란에서 브랜드숍을 공동 운영하며 현지 유통을 맡는다. 코오롱글로벌은 이란 현지에 적합한 별도의 화장품 브랜드를 새로 만들어 내년쯤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또한 아파트 분양 시장이 살아나면서 코오롱글로벌 건설 부문 실적도 좋아지는 모습이다.

“코오롱글로벌은 각종 자산 매각을 통해 차입금이 줄어든 데다 지역조합주택 분양 성적이 괜찮아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9% 증가할 것”이라는 김선미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전망은 눈길을 끈다.

제약, 바이오 사업을 하는 코오롱생명과학도 그룹 부활에 힘을 보탰다.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3상 임상시험을 허가받았다. 이르면 2019년 시판에 나설 거란 전망이 많다. 세계 최초의 퇴행성 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티슈진-C’도 임상 3상 시험을 끝내고 상용화를 눈앞에 뒀다.

주요 계열사 분위기가 살아났지만 여전히 과제는 수두룩하다.

전자부품 생산업체인 네오뷰코오롱은 2012년부터 매년 수백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만성적자에 시달려왔다. 급기야 지난해 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을 접고 독일 아우디 자동차 판매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명도 ‘코오롱아우토’로 바꾸며 실적 회복을 꿈꾸지만 언제 턴어라운드할지는 미지수다.

그룹 매출 확대도 숙원 과제로 꼽힌다. 2012년 10조원을 넘었던 코오롱그룹 매출은 2013년 9조9000억원대로 떨어지더니 2014년 9조원 초반대에 그쳤다. 이웅열 회장이 2006년 당시 ‘빅스텝(Big Step) 2010’이라는 미래 비전을 발표하고 ‘2010년 그룹 매출 20조 달성’ 목표를 내세웠지만 매출은 오히려 곤두박질치는 중이다.

실적 부진에 고심하던 이 회장은 지난해 ‘타이머 2015’라는 경영지침을 새로 들고나왔다. ‘타이머 초침이 째깍째깍 움직일 때 느껴지는 긴장감을 갖고 신속, 집요하게 업무를 수행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계열사 실적이 겨우 되살아나는 시점에서 세무조사라는 악재를 맞은 코오롱그룹이 어떤 식으로 위기를 헤쳐갈지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코오롱인더스트리·글로벌 등 주력 계열사 분위기가 좋아지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세무조사를 받아 이 회장 입장에선 고민이 클 것이다. 자칫 매출 확대, 신성장동력 발굴이 주춤해지고 이규호 상무보 승계에도 불똥이 튈지 모른다.” 한 재계 원로의 촌평이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56호 (2016.05.04~05.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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