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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유일호-이주열, '냉기류'…프랑크푸르트 회동도 없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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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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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경제부총리 "국민적 공감대가 무슨 말?"

유 부총리와 이 총재 사이 냉기류…"만날 계획 없어"
한은, 속 끓지만 정부와 대립각 부담…결국 총대 메나

【프랑크푸르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봉합되는 듯했던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의 갈등이 양 기관 수장의 출장지인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냉랭한 분위기로 되살아나는 모양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한은을 겨냥해 "국민적 공감대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한은측은 기재부의 태도가 오만방자하다며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형 양적완화를 둘러싸고 시작된 양측의 기싸움 및 감정 대립이 어떤 양상으로 흐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합의 없고 냉랭한 모습만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유 부총리는 1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2일 독일로 출국했다.

한국형 양적완화를 둘러싸고 껄끄러운 모습을 연출해온 양 기관 수장의 만남이 예상되면서 출국 전부터 이목이 집중됐다.

이 총재는 출국 전 "기업 구조조정에 중앙은행의 기능과 목적에 부합하는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히며 갈등진화에 나섰다.

앞서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가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구조조정을 위한 발권력 동원은) 국민적 합의 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발언, 한은이 한국형 양적완화를 사실상 거부했다는 해석이 나온 이후였다.

이에 유 부총리와 이 총재가 독일에서 만나 합의안을 도출하는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합의'에 기대가 모였다.

하지만 유 부총리는 2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적 공감대란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얼마 전부터 한은이 구조조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해왔던 것은 기억난다"고 발언했다.

발권력을 동원하는 문제에서 한은은 사회적 합의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유 부총리는 이를 '모르겠다'는 말로 일축해 버린 것이다

총재까지 나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모습을 연출하려 했던 한은의 입장에선 불쾌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기자간담회 다음날(3일) 열린 한중일 장관·총재회의 포토타임에서 유 부총리와 이 총재의 모습은 화기애애한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유 부총리와 이 총재는 악수만 나눴을 뿐 별 다른 대화도 하지 않았다. 이 총재는 오히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와 대화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연신 한은의 재정지원을 압박하는 기재부를 향한 한은 내부의 여론도 좋지 않다.

독립기관인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한 데다, 방만한 기업경영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이 중앙은행의 발권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책은행인 한은이 특정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면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질 텐데, 기재부가 사회적 합의 단계를 건너뛴 채 한은의 역할론만 주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 부총리와 이 총재가 만나서 합의안을 도출할 가능성도 희박한 상태다.

유 부총리는 "한중일과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내내 같이하는데 그것 말고는 따로 만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과 조용병 신한은행 행장과는 만남이 예정돼 있다.

◇한국형 양적완화, 한은의 기업 구조조정 지원으로 의미 좁혀져

기재부와 한은은 한국형 양적완화를 둘러싸고 이견을 보여왔다.

한국형 양적완화는 지난 4·13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공약으로 제시했다.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가계부채도 해소해 주는 내용이 골자다.

한은이 KDB산업은행의 산업금융채권(산금채)을 직접 인수하고 주택금융공사의 주택담보대출(MBS)도 매입해 상환 기간을 20년 장기분할로 전환해주자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조선·해운사의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으면서 '중앙은행의 기업 구조조정 지원'으로 의미가 축소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미국, 일본, EU(유럽연합) 등 선진국들이 펼친 무차별한 돈 풀기식의 양적완화가 아닌, 꼭 필요한 부분의 지원이 이뤄지는 선별적 양적완화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한국형 양적완화의 의미를 기업 구조조정 지원으로 구체화했다.

선진국들이 시행한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시중의 채권을 매입해 직접 시중에 돈을 푸는 방식이었다.

한국형 양적완화는 특정 기업이나 산업군에 돈을 지원할 뿐, 시중에 유동성이 공급되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한은 입장에서는 독립기관인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해 시중의 유동성도 아닌 부실기업을 지원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 시급…한은 결국 총대 메나

현재로선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이 급선무다.

이들 국책은행은 부실기업에 대한 빚을 떠안고 있다. 대우조선해양·한진해운·현대상선 등 3개사에 대해 국책은행이 보유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만 따져봐도 15조원에 달한다.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방안으로는 ▲정부의 현금 출자 ▲한은의 출자 ▲한은 산금채 매입 ▲한은이 주도하는 산은의 조건부 자본증권(코코본드) 인수 등이 꼽힌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현금을 출자하기에는 국회동의를 얻기가 어렵고 재정도 녹록지 않다는 입장이다.

결국 비교적 빠르게 돈을 댈 수 있는 기관으로 한은이 불가피하게 총대를 메는 모양새다.

속은 끓지만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한은의 수은 출자만 가능하고 산은에 출자하려면 산은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채권으로 발행됐다가 유사시 주식으로 전환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코코본드 매입도 금융위원회쪽에서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은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코코본드 이야기가 나오자 이주열 총재는 매우 불쾌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와 한은은 4일 오후 국책은행 자본확충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개최할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는 최상목 기재부 1차관,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 등이 참석한다.

같은 날 이 총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기자간담회에 참석, 한은의 발권력을 통한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 쏠린다.

sout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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