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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대우조선, 감가상각 연한 조정으로 7200억 이익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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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포트]최근 6년간 상각비율 업계 평균 5.35%보다 낮은 3.7%...비용 줄여 이익 늘린 효과 ]

대우조선해양이 감가상각 내용 연수를 늘려 최근 6년간 72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줄여 이익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해양이 2013년과 2014년도 영업흑자 사업보고서에 2조원의 부실에 대한 오류가 있다며, 해당 연도의 영업실적을 흑자에서 적자로 각각 정정하는 공시를 한데 이어 감가상각 연한 조정을 통한 이익조정도 논란이 예상된다.

감가상각연한 조정은 회계조작이나 분식회계는 아니지만, 동종 업종의 다른 업체들과는 다른 감가상각 연한을 사용해 일반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어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다.

3일 머니투데이가 최근 10년간 대우조선해양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 회사는 동종업종인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의 감가상각비 연한과 달리 유형자산의 감가상각 연한을 최근 잇따라 늘려 비용을 줄여왔다.

업계 평균이나 대우조선 해양의 과거 감가상각 비율을 감안하면 72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덜 반영된 것으로 회계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감가상각은 유형자산의 가치가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을 감안해 매년 줄어드는 액수만큼 비용으로 처리하는 회계적 방법이다. 감가상각비가 늘어나면 비용이 늘어 영업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면 100원짜리 공장건물의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2년으로 하면 한해에 50원씩, 2년간 비용으로 처리하지만, 내용연수를 10년으로 하게 되면 매년 10원씩 10년간 비용에서 제하게 돼, 첫 2년은 영업이익이 40원씩 늘어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에 선반·항공기의 내용연수를 15년에서 '12~40년'으로 조정했다. 또 기계장치는 '4~12년'에서 '5~34년'으로, 차량운반구는 '4~6년'에서 '3~30년'으로 늘렸다. 건물은 '15~50년'에서 '12~51년'으로 조정했다. 2014년에는 건물의 내용연수를 '15~51년'에서 '15~60년'으로 다시 늘렸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건물의 내용연수 연장과 관련 "사무동 건물의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9년 늘렸으며, 이를 통해 감가상각비용을 15억원 가량 줄였다"고 밝혔다.

경쟁사인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의 경우 건물은 '15~50년'이나 '25~50년'으로 감가상각 기간을 정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보다 10년이나 짧다.

선박의 경우 현대중공업은 '15년 또는 25년'으로 정하고 있으나, 대우조선해양은 이보다 훨씬 긴 '12~40년'으로 잡았다. 기계장치는 삼성중공업이 '10~30년', 대우조선해양이 '5~34년'으로 정했다.

이처럼 감가상각 기간을 늘리면 매년 계산되는 감가상각비용이 줄어 영업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조선 3사의 유형자산 대비 감가상각비율을 조사한 결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연평균 5.4%와 5.3%인데 반해 대우조선해양은 3.7%로 낮았다.

이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매년 전체 자산의 5.3~5.4%(평균 5.35%)를 비용으로 처리해 영업이익에서 빼는 데 비해 대우조선해양은 3.7%만 뺐다는 얘기다.

대우조선해양은 3.7%의 감가상각비율로 2010년부터 6년간 총 1조 4267억원을 감가상각비로 계상했다. 이는 업계 평균인 5.35%의 감가상각비율로 계산한 감가상각비 2조 1471억원보다 7200억원이 적은 규모다. 7200억원 만큼 영업이익이 늘어났고, 비용은 뒤로 미뤄졌다는 얘기다.

이민주 버핏연구소 대표는 "감가상각 연한을 늘려 비용을 줄이는 것을 분식회계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업계 평균과 같이 제대로 반영해야 할 비용을 줄여 이익을 늘린 것은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2006년부터 최근 10년간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플러스(실제 현금이 유입된 상태)인 경우가 3개년(2006년, 2007년, 2011년)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8년간 흑자(2013년, 2014년 사업보고서 정정공시 전)를 기록하고 2년만(2006년, 2015년) 적자를 냈다. 회계 전문가들은 이해할 수 없는 재무제표라고 지적했다.

한 회계 전문가는 "실제 현금이 들어오지 않는데도 수년간 영업이익이 계속 나는 회계를 했다는 것은 (회계법인 등이) 눈을 감고 있었던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오동희 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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