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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맨 인 컬처]“千의 얼굴로 通한다”… SNS 달구는 ‘페이스 오프’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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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얼굴을 바꾸려하는가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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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5(김윤종 기자)와 에이전트7(임희윤 기자)이 스냅챗, 스노우, MSQRD 앱을 통해 송중기, 캡틴아메리카, 마이클 조던 등 다양한 이미지로 자신의 얼굴을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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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입니다. 미국 조지아 주의 18세 여성이 승용차를 몰면서 ‘스냅챗(snapchat)’으로 친구들에게 속도를 자랑하는 ‘인증 동영상’을 보내려다가 교통사고를 일으켰습니다. 피해자는 스냅챗을 상대로 소송을….”

2일 저녁 요원 숙소. 임무를 마친 에이전트7(임희윤 기자)과 에이전트5(김윤종 기자)는 저녁뉴스를 보던 중 귀가 솔깃해졌다. 동시에 외쳤다.

“에이전트여, 스냅챗을 아는가?” 몰랐다. 둘 다…. 우리는 끽해야 카톡, 페이스북이나 쓰면서 ‘SNS에 달통하다’고 자부하는, 그러니까 10대가 보기에는 처절히 ‘아재’였단 말인가? 스마트폰을 꺼내 즉시 스냅챗을 깔았다.

○ 스냅챗, 스노우, MSQRD… 얼굴 바꾸는 SNS 앱 인기


별건 아니군. 스냅챗은 미국, 유럽에서 유행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앱). 자신의 모습을 찍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전송하면 된다.

앱을 쓰다 보니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그 안에 외계인이 득실거렸다. 송혜교와 ‘28%’가량 비슷한 여성,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닮은 듯한 남성…. 스냅챗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얼굴 바꾸기’로 자신의 얼굴을 변형한 사진과 동영상이었다. 무섭기도 했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나를 비춘 뒤 유명인이나 동물사진을 선택해 겹쳐내면 끝. ‘페이스스와프’ ‘MSQRD’ 등 다른 얼굴 바꾸기 앱도 인기였다. 에이전트7은 ‘페이스오프’를 떠올렸다. 수술로 범죄자와 추적자의 얼굴을 바꾼 그 영화 말이다.

왜 얼굴을 변형해 SNS에 올릴까?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걷어내 지구인 뇌를 교란하려는 외계의 음모? “도서관에 자리 맡아놨는데, 잠시 비운 사이 누군가가 앉아 있더군요. 그 황당한 순간을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로 설명하기 귀찮아요. 얼굴을 요상하게 찍어 친구들에게 보냈죠. 이미지로 말하는 거죠.”(대학생 송현진 씨·22)

언어학에서나 들어본 ‘비주얼 리터러시’(Visual Literacy·이미지를 문자처럼 읽어내는 능력)? 방송작가 이영선 씨(31)가 비웃었다. “진지충들…. 또 의미를 추적하시겠다? 아빠 증명사진 위에 수염, 뿔 그려본 적들 없어요? 그냥 재미죠.”

머쓱했지만 거대 기업 페이스북마저 최근 얼굴 바꾸기 앱 개발사를 인수한 것은 엄연한 사실. 페이스북 미국 본사를 방문하려다 비용을 생각해 네이버를 찾았다. 네이버는 자회사를 통해 스냅챗과 유사한 앱 ‘스노우’를 발표했다.

“SNS 트렌드가 텍스트→사진→동영상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10대들은 사진에서 느끼지 못하는 생생함을 동영상으로 공유하죠.”(캠프모바일 이은영 부장)

“PC 메신저 시절에 스크린은 수시로 로그인이 필요한 객체였죠. 하지만 지금 휴대전화 화면은 언제든 즉각 내 모습을 비추는 ‘제2의 나’입니다. 텍스트에 부속되던 이모티콘을 그대로 내 얼굴 위에 겹쳐내 버리는 게 지금의 얼굴 바꾸기죠. 섬뜩하지만요.”(이진섭 브랜드 매니저)

○ 타인의 시선으로 구축한 자신의 세계… 현실인가 가상인가

이런 현실은 ‘Z세대’란 단어와 맞물린다. 2000년 이후 출생해 스마트폰 동영상, SNS와 함께 성장한 세대…. “이들은 익스포저(exposure·노출) 심리가 강해요. 그런데 실제 대화나 관계에는 어색해하죠. 상상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만드는 데 익숙한, 즉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라고나 할까요?”(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스마트폰은 나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 줍니다. 그런데 실제 대화는 어떨까요? 내 이야기에 반박하고 대응하겠죠. SNS는 ‘소통’이라기보다는 자기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설득’이죠.”(전우영 충남대 사회심리학과 교수)

‘얼굴 바꾸기’는 시작에 불과했다. 얼굴을 넘어 촬영된 다양한 사물, 배경을 통째로 휴대전화 앱을 통해 변형하는 기술이 이미 코앞에 와있다.

“이제 점점 현실과 변형된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질 겁니다. 현실의 변형에서 진짜 현실을 판독해내는 기술도 함께 발전해야 할 거예요.”(모바일 영상 합성 앱 얼라이브 오주현 대표)

조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차창 밖 풍경이 앱 속 영상처럼 느껴져 구토가 쏠렸다. 임무 중단. 과열된 뇌를 식힐 겸 콘서트장으로 향하던 두 요원은 곧 거대한 싸움에 휘말리게 되는데….(다음 회에 계속)

김윤종 zozo@donga.com·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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