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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국민 기부금 1400억 '눈먼 돈'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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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만든다는 청년희망재단 멘토링 사업 '엉터리'
단발성 특강 외엔 전무.. 멘토 질문해결도 0~3건
재단은 후기 자작 의혹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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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청년취업 및 일자리 지원을 위해 설립된 청년희망재단의 운영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단의 대표적인 멘토링 프로그램의 경우 등록 멘토의 활동 내역이 거의 없고, 멘토링 후기 게시판 역시 재단 측이 자의적으로 작성한 정황이 포착됐다.

청년희망재단의 운영자금인 청년희망펀드에는 국민 11만명이 현재까지 총 1384억8000만원을 기부했다.

3일 파이낸셜뉴스 취재 결과에 따르면 청년희망재단의 대표적인 청년 일자리 지원 프로그램인 멘토링 사업의 경우 단발성 특강을 제외하면, 사실상 멘티와 멘토 간 온.오프라인 활동은 거의 없다.

멘토로 등록해 취업 특강을 진행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재단 출범 초기에 한 차례 특강을 진행했을 뿐 그 이후 추가적인 교육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멘토 역시 "지인의 부탁으로 멘토로 등록했으나 지난 4~5개월간 온라인으로 질문 하나를 받고 답변해 준 것이 활동의 전부"라고 전했다.

온라인 상담을 하는 대다수 멘토의 경우 현재까지 질문 해결 내역은 0건, 1건이 대다수이고, 많아야 2~3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재단 멘토링 서비스는 크게 특강과 멘토의 온.오프라인 상담으로 이뤄진다.

재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재단에는 총 363명의 멘토가 등록해 78회의 특강을 진행했고, 총 2856명이 이 특강을 들었다. 하지만 멘토 특강 후기 게시판을 살펴본 결과 재단 측이 자의로 작성한 정황도 포착됐다. 지난달 29일 멘토특강 후기 게시판을 살펴본 결과, 2주간의 시차를 두고 다른 참석자가 올린 후기에 같은 사진이 올라오거나, 제목만 있고 내용이 없는 후기도 다수 있었다.

재단 측은 본지 취재가 들어 간 이후 내용이 없던 게시글이나 사진 등을 수정했다. 올 1월 30일 첫 후기가 작성된 이후 4월 28일까지 수강생 후기는 총 26건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같은 사람이 복수의 후기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재단 멘토링 서비스 사업 예산은 총 2억원, 14명의 직원을 둔 재단운영비는 13억8900만원이다. 재단의 올해 총 예산은 200억원이며 이는 100% 국민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구두닦이, 자영업자 등 국민 기부를 통해 1400억원 가까운 금액이 모였지만 이를 관리 감독할 기구도 없어 사실상 눈먼 돈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은행 등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공익신탁'의 경우 은행연합회와 법무부에서 모금액 집계 등을 진행하지만 이를 감독하지는 않는다. 또 청년희망재단 허가권을 갖고 있는 고용노동부도 사후관리는 사실상 손을 뗀 상태다. 청년희망펀드는 명칭에 '펀드'가 들어가지만 사실상 재단에 전액 기부되는 '신탁' 상품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민간재단의 경우 정부예산이 아닌 기부금으로 운영돼 법적으로 관리 감독을 할 수 없는 구조"라며 "현재 재단이 진행하는 사업에 대해 알지 못하고, 단 1년에 1회 고용부에 사업 내역을 보고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가가 해결해야 할 청년 일자리 지원을 국민 성금으로 해결한다는 발상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금융권 일자리를 줄이고 있는 마당에 금융권 팔을 비틀어 청년 실업을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며 "금융권이 선택된 것은 성장산업이 아니라 정부가 팔을 비틀기 쉬워서 그런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청년희망펀드 1호 가입자로 등록한 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해 연봉 자진 반납분의 50%를 기부했다. 당시 은행권에서는 청년희망펀드 가입 경쟁이 벌어져 일부 은행원들이 사실상 강제가입하기도 했다. 이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200억원)과 임직원이 총 25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청년희망재단 관계자는 "좋은 취지로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을 진행 중으로 서서히 성과도 내고 있다"며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좋게 보도해 달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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