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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갭 이어’, 미국서도 ‘금수저’ 전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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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오바마 딸, 하버드대 입학 전 선택

상류층 자녀들엔 자기계발 기회

저소득층은 학비 마련 등 휴학기


한겨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큰 딸인 말리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큰딸 말리아 오바마가 지난 1일 하버드대 입학 전 ‘갭 이어’를 선택했다고 밝혀 화제다. 통상 미국에서 대학 입학 전 여행·인턴십·봉사활동 등을 통해 1년간 학업을 떠나 자유롭게 생활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을 의미하는데, 미국에서도 상류층 자제들에겐 또다른 기회를 제공하는 ‘갭 이어’(gap year)지만, 저소득층 자녀에겐 학비 마련 등을 위한 고육지책의 단순한 ‘휴학’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온라인 비즈니스 매체 <쿼츠>는 3일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고등교육연구소 자료를 인용해 “미국에서 2015년 신입생의 2.2%가 대학 입학 전에 1년을 쉰다”고 전했다. 말리아가 입학하기로 한 하버드의 경우, 2000년 이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타임 아웃 혹은 번 아웃>이라는 갭 이어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이후 학생들에게 갭 이어를 권장하기 시작했고 매년 하버드 전체 입학생의 5% 수준인 80~110여명이 갭 이어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 전체적으로는 지난해 고교 졸업생 가운데 3만3000명 정도지만, 2011년에 비해선 두 배나 급증했다.

갭 이어는 영국에서 400여년 전부터 시작된 귀족문화다. 17세기 영국에서 귀족가문 자제들이 교실에서 책으로만 접하던 유럽의 박물관과 건축물, 패션을 직접 체험하기 위한 ‘그랜드 투어’를 다닌던 데서 비롯됐고, 1960~70년대 영국 여행사들이 여행과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사회적 현상이 됐다.

10여년 전 영국의 윌리엄·해리 왕자가 대학 입학 전 갭 이어를 선택하면서 미국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버드대는 “대입과 취업 준비가 이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면서 학생들이 (대학 입학 때까지) 큰 압박을 받았다”며 “(갭 이어를 통해) 한 발 물러나 (자신과 세상을) 돌아보면서 가치와 목표에 대한 시각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독려하고 있다.

갭 이어가 학업 성취도 향상에도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를 보면, 미국 미들버리칼리지 입학허가처의 조사결과 갭 이어를 보낸 학생들의 평균 학점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지속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갭 이어를 자기계발의 계기로 활용하는 건 주로 상류층 자제들이다. 온라인매체 <쿼츠>는 2011년 통계를 토대로 “저소득층 학생들은 결혼·출산·형제자매에 대한 경제적 책임 등으로 (갭 이어 뒤) 대학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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