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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정운호 로비 의혹 수사에…출두 앞둔 브로커는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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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와 변호사 간의 수임료 공방에서 비롯된 법조계 로비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정 대표의 로비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브로커 이모씨(56)는 당초 검찰에 출두해 해명하려 했으나, 문제가 커지며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네이처리퍼블릭 본사와 최모 변호사(46) 사무실, 관할 세무서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정 대표는 수십억대의 돈으로 전관 변호사를 고용한 뒤 판검사 등을 상대로 구명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인 최 변호사는 법조인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사건을 수임한 뒤 로비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29일에 송 대표를, 이달 1일과 2일에는 정 대표를 소환해 조사했다. 정 대표의 로비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건설업자 출신 브로커 이모씨(56) 등 사건 관계자 5~6명에 대해서는 출국금지를 한 상태다. 이씨는 사건과 관련해 증언해줄 유력한 인사로 알려져 있어, 검찰은 그의 검거를 위해 수사력을 강화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이씨 측은 당초 별건의 사건으로 검찰에 출두할 예정이었으나, 법조 로비 등으로 문제가 커지자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지인은 3일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이씨가 정 대표의 돈 9억원을 다른 이로부터 받았다고들 하는데, 이씨 자신은 절대 받은 일이 없다고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씨만 나쁜 놈처럼 됐는데, 진짜 본질은 안 밝혀지고 있다”며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정 대표의 의혹이 불거지자 네이처리퍼블릭이 서울메트로와 맺은 지하철 매장의 입점 계약도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2009년 ㄱ부동산개발업체와 지하철 1~4호선 역사 내 상가 임대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사업제안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밝혀지며 서울메트로는 계약을 해지했다. 업체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서울메트로와 몇년간 여러건의 소송을 벌였다. ㄱ사는 이 과정에 상호를 바꾸고 네이퍼리퍼블릭에 인수됐다.

그런데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9월 네이처리퍼블릭과 지하철 입점 계약을 맺었다. 이미 불법 행위로 계약을 해지한 업체와 또 계약을 맺은 셈이다. 그 뒤 정 대표가 로비스트 심모씨 등을 통해 지하철 매장 입점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법원 판결 등을 통해 드러났다. 서울메트로 측은 “공개입찰에서 최고가로 낙찰받은 것이라 어쩔 수 없었다”라며 “근본은 같은 업체라고 하지만 딱히 부정당업자로 제재받은 게 아니고, 업체 대표도 바뀌어 제재할 근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박용하·유희곤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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