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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송재우 MLB 엿보기] 코리안 빅리거, 희비 엇갈린 개막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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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 박병호(왼쪽)-이대호.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4월4일(한국시간) 막을 연 2016시즌 미국 메이저리그가 4일로 한 달을 맞는다. 역대 최대 인원을 자랑하는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개막 후 첫 달을 정리한다.

◇박병호-파워 이미 인정 받아

야수 중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역시 미네소타 박병호(30)이다. 3일 현재 21경기에 출장한 그는 이미 6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팀 내 1위로 떠올랐다. 타율은 그리 높지 않은 0.250이지만 장타율이 무려 0.583에 달한다. 홈런은 아메리칸리그 공동 9위에 해당한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도 리그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 0.904이다. 2루타가 4개, 3루타도 1개 있어 총 18안타 중 무려 11개가 장타이다.

그가 주목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엄청난 홈런 비거리 때문이다. 홈구장 타켓 필드 역사상 가장 먼 451피트(142m)를 기록했고 홈에서 때린 홈런 5개의 평균 비거리가 129m에 달한다. 현지에서는 확실한 파워의 소유자로 이미 인정 받고 있다. 초반 21타석에서 12삼진을 당했지만, 4월12일 이후에는 한 경기에서 2개 이상의 삼진을 당하지 않으며 우려를 씻어 내리고 있다.

현재까지는 국내에서 많이 보기 힘들었던 투심패스트볼에 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어중간한 슬라이더나 체인지업을 쉽게 공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동안 득점권 안타가 없었지만, 여러 차례 잘 맞은 타구가 잡히는 불운이 있었다. 무엇보다 생각보다 빠른 적응으로 향후 성적을 기대케 한다.

◇오승환-팀 내 최다 4홀드

아직 부상에서 돌아오지 못한 LA 다저스의 류현진(29)을 제외한 유일한 투수인 세인트루이스의 '끝판대장(Final Boss)' 오승환(34)은 팀이 치른 26경기에서 절반이 넘는 14경기에 출장했다. 메이저리그 첫 승을 시즌 두 번째 등판이었던 4월11일 애틀랜타와 경기에서 거두었고 팀 내 최다인 4홀드를 기록 중이다. 14⅔이닝 동안 피안타는 단 7개, 삼진은 무려 20개 잡아냈다. 볼넷 허용은 당초 예상보다 많은 6개로 옥에 티이다. 하지만 평균자책점 1.84에 WHIP(이닝당 출루 허용)는 0.89로 리그 정상급 성적을 뽐냈다. 피안타율도 0.140에 불과하다.

빠른 볼 비율은 60% 안팎으로 국내에서 뛸 때보다 많이 줄었다. 대신 슬라이더가 27.8%, 체인지업이 9.4%로 늘어났다. 평균 구속은 92마일(148km) 정도이며 최고 구속은 94.4마일(152km)에 이른다. 14경기를 치르면서 연투는 세 번에 불과해 관리가 잘 되면서 구위가 유지되고 있다. 독특한 투구폼 역시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대호-수비•주루도 좋은 평가

벤치 멤버로 제한된 출장이지만 시애틀 이대호(34)는 적은 기회에서도 착실히 자신의 모습을 각인시키고 있다. 13경기 출장에 27타수 7안타 2홈런 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14일 텍사스와의 홈 경기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대타 끝내기 홈런을 날려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이 홈런은 시속 97마일(156km)의 강속구를 받아 친 것이라 더욱 짜릿함을 남겨줬다. 또한 최근에는 이대호에게서 홈런보다 보기 어렵다는 내야 안타를 2경기 연속 기록했다. 3루쪽으로 깊숙한 타구를 치고 전력질주하는 그를 보면서 왠지 짠한 생각이 들면서도 제한된 기회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다행인 것은 1루 수비와 주루 플레이가 팀에서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좋다는 평가를 듣고 있어 향후 그의 출장 기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팀 입장에서는 베테랑 애덤 린드와의 플래툰 플레이를 고수할 방침이라 이대호로선 일단 왼손 투수가 선발로 나오는 경기를 기다려야 한다.

◇김현수-경쟁자 리카드 부진 '호재'

볼티모어 김현수(28)는 가장 불리한 조건에서 최선의 결과를 뽑아내고 있다. 이대호는 그나마 좌완 선발 투수가 나오면 출장을 기대할 수 있지만, 김현수는 기약 없이 당일 라인업 카드를 바라보며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불리한 조건에도 주어진 기회를 극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6경기에 뛰었는데 선발 출장은 4경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4경기에서 15타수 8안타를 기록했고 지난 1일 경기에서는 3안타 및 첫 장타인 2루타도 기록했다. 15타수에 불과하지만 6할 타율에 0.647의 출루율을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당겨치고 밀어치는 특유의 스프레이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어 고마울 지경이다.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초반 맹타로 주전 자리를 차지했던 조이 리커드의 페이스는 최근 떨어지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0.699의 OPS를 기록 중인 리커드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김현수가 향후 서서히 출장 기회를 늘려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나오기 시작한 장타의 비율을 높일 수 있다면 금상첨화로 출장 기회의 문을 한층 더 넓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최지만-기회 못 살리면 마이너행 우려

반면 가장 적은 기회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선수가 LA 에인절스의 최지만(25)이다. 시범경기 중반까지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팀 관계자의 극찬을 받고 25인 개막 로스터에 합류했지만 이후 한정된 출장의 어려움을 쉽게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모두 10경기에 나섰고 이 중 5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하지만 13타수 1안타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5개의 볼넷을 얻어내 0.077의 낮은 타율에도 출루율은 0.333이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최지만이 시범경기 때와 같은 정확한 타격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에인절스가 마이너에서 다른 선수를 끌어 올리고 그를 다시 내려 보낼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다. 최지만으로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이 요구되고 있다.

◇코리안 빅리거의 찬란한 5월 기대

이미 팀의 주축 멤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오승환과 박병호와는 달리 이대호와 김현수는 아쉬운 출장 경기수에도 그나마 제한된 기회를 최대한 살리고 있다. 오랜 기간 주전으로 뛰었던 이들이기에 장시간 벤치를 지키다 가뭄에 콩 나듯 찾아오는 출장 기회가 한없이 아쉽기만 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불만이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팀의 일원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동료들을 응원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그라운드에서의 기량 못지않게 동료들과 녹아들 수 있게 한다. 제한된 기회에 실력 발휘를 하는 이들과 아직 움츠리고 도약을 기다리는 최지만 등 모든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에게 더 푸르고 맑은 5월을 기대한다.

/본지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정리=신화섭 기자 evermyth@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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