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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심층기획] 위기의 조선업계 돌파구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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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정리 중심 재편 한계… ‘중·일 구조조정’ 거울 삼아야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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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조선시장은 ‘한·중·일 삼국지’다. 한국과 중국, 일본이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의 절대 다수를 차지할 뿐 아니라 서로 치열한 세계 1위 쟁탈전을 벌여서다. 한·중·일이 전 세계 조선 발주량의 70% 이상을 수주하고 있고, 이 중에서 한국은 2003년 이후 수주량·수주 잔량·건조량 3개 부문에서 모두 세계 1위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위상에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가장 큰 위협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약진이다. 최근에는 우리에게 한참 밀렸던 일본마저 위협하고 있다.

특히 최근 2년 사이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중국이 거세게 치고 오는 상황에서 한국의 조선업은 극심한 실적 부진에 휩싸였고 급기야 정부가 꼽은 취약업종의 하나로 전락해서다. 가뜩이나 5월은 이들 조선업계에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 안팎에서 이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일고 있다. 시장에선 정부발 구조조정에 대한 회의론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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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부가 나서서 조선업을 재편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달 26일 내놓은 기업 구조조정 계획을 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이날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당초 계획 대비 추가인력 감축을 요구했고, 현대·삼성중공업에는 주채권은행이 자구계획을 받아낼 방침이다. 정부는 이들 ‘빅3’의 사업 포트폴리오 등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그 결과를 향후 구조조정의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사실상 해운업처럼 조선업도 정부가 방향타를 쥐고 구조조정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일본, 중국에 이어 한국도 정부 주도로 조선업 재편 삼국지에 가세한 모양새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앞선 일본과 중국의 정부 주도 구조조정은 성공했을까. 아직 “그렇다”고 답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들 사례를 앞으로 진행될 우리 조선업 경쟁력 제고 과정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3일 영국의 해운·조선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1월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대량 수주로 7년 만에 월 단위 수주량 기준 세계 1위에 올랐다. 일본 이마바리조선이 대만 국적 선사 에버그린으로부터 2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1척을 수주한 게 컸다. 다른 일본의 조선사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도 2014년 1만4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10척을 한꺼번에 수주하며 글로벌 조선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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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는 일본 조선업 구조조정의 결정체다. JMU는 스미토모중공업과 하리마조선, 히타치조센 등을 합병한 회사다. 이마바리조선도 이미아조선, 니시조선 등 7∼8개사가 합쳐졌다. 일본은 19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한 설비 공급과잉으로 5000t 이상 도크를 보유한 61개사의 생산설비를 35% 감축했다. 도크도 138기에서 73기로 줄였다. 1980년대에는 엔고에 따른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업체를 소수 그룹화했다. 2000년대에는 JMU나 이마바리조선 등 대기업 중심의 업계 통합을 시도했고, 2013년엔 미쓰비시중공업과 이마바리가 액화천연가스(LNG)선을 공동수주하는 회사도 만들었다.

중국은 지금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중국은 2014년 말 2700여 개 조선소를 약 50여 개의 ‘화이트리스트’(재무상태 건전 회사) 위주로 재편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중국은 2006년 시작된 11차 5개년 계획에 조선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지정했고, 2011년부터 진행된 12차 5개년 계획에선 금융지원 등 조선업 중장기발전 계획을 만들어 조선사를 지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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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는 40년, 짧게는 2년 넘게 조선업 판을 다시 짠 두 나라는 아직도 한국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핵심인 기술·인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서다.

먼저 일본 조선업은 장기 쇠퇴를 겪으며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일본이 획일적인 설계를 기반으로 한 ‘표준선박’을 만들어 영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이 ‘우리는 표준선박밖에 못 만든다’고 했을 때 한국 조선소는 치열한 연구개발(R&D)로 ‘너희 나라 사람들 팔다리 길이까지 감안해 배를 만들어주겠다’고 해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며 “일본은 R&D와 기능직 인력 부족으로 맞춤형 주문생산이라는 조선업 특성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인적 구조조정에 집중된 한국의 현재 조선업 재편 구도가 차후 일본과 같은 우를 범할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중국은 마찬가지로 낮은 근로자 숙련도와 기술력 한계로 저부가가치 선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중국 조선업은 정부 지원이 없으면 독자적 생존능력이 사실상 없다는 혹평이 나오는 이유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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