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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29년전 사건'…왜 국회에서 2년째 잠자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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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리포트][형제복지원특별법]① "보상은 커녕 진상규명도 아직"]

머니투데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들이 피켓을 든 채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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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국회에 모였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형제복지원 특별법(내무부훈령에 의한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등 피해사건의 진상 및 국가책임 규명 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이미 지난 1987년 세상에 드러났다. 부랑자들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들과 장애인 시민 등이 납치·구금됐고 수년간 강제노역·폭행 등을 당하다 5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형제복지원 원장이 2년6개월 실형을 받은 것으로 무마된 사건은 2012년 피해자의 1인 시위로 다시 한 번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형제복지원특별법이 발의된 것은 2년 전인 2014년. 여전히 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피해자들이 책을 내기도 했고 언론에도 수차례 보도가 됐다. 이 사건을 지난달 18일 미국 AP통신이 집중 보도했다. AP통신은 형제복지원을 '지옥 속의 지옥' '한국 현대사 최악의 인권유린 현장'으로 칭했다. 이 기사를 접한 이들은 "사건 자체도 믿기 힘들지만 아직까지 진상규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더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29년 전 사건을 두고 아직도 논란이 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와 여당은 왜 특별법 제정에 미온적일까.

◇2년째 국회 계류 중..한 달 뒤면 사라져 '처음부터 다시'

형제복지원 사건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87년이다. 당시 울산지검의 김용원 검사가 우연히 발견해 수사가 시작됐다. 김 검사는 1987년 1월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과 직원들을 특수감금, 초지법, 건축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대한 법률,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으로 입건했다.

1심은 박 원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6억8178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형은 징역 4년으로 줄었고 최종적으로 2년6개월이 선고됐다. 횡령과 초지법 위반만 인정이 된 것.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리고 사건은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이 문제가 다시 세상에 나타난 것은 지난 2012년 형제복지원에서 살아남은 한종선씨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부터다. 한 씨는 '살아남은 아이'라는 책을 통해 형제복지원 안에서의 실상을 낱낱이 밝혔다.

각종 방송과 기사로 사건이 공론화되고 진선미 더민주 의원은 2014년 진상조사와 피해자 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형제복지원 특별법을 발의했다. 공청회가 열리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안행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그리고 현재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법안은 폐기될 예정이다. 19대 국회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형제복지원특별법…"진상조사·피해자 보상"


형제복지원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진상규명과 피해자 보상이다. 특별법은 "형제복지원 피해사건의 진상을 규명해 은폐된 진실과 국가의 책임을 밝혀내고 피해자와 유족의 명예회복, 그에따른 보상을 해 이들의 생활안정과 인권신장을 도모한다"고 목적을 밝히고 있다.

법안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어 진상규명을 하도록 하고 있다. 조사를 통해 밝혀진 피해자와 유족에게는 보상금과 의료지원금, 생활지원금, 주거복지시설 등을 지원하는 안도 담고 있다.

29년전 사건이 아직도 진상규명이 안된 이유에 대해 당시 수사를 진행했던 김용원 변호사는 "당시 전두환 정권은 이런 시설에서 인권유린이 마구잡이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했다. 사망 원인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감금된 경위, 그 안에서 이뤄진 인권유린의 실상 등을 수사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폭행과 구타가 상습적으로 일어났고 폭행으로 수용자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 부산의 형제복지원에서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감금돼있다는 사실, 폭행과 구타 등이 상습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는 사실, 내부 자료로 공식 확인된 사망자수가 513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끝내 이들의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3000여명의 사람들이 수감 중이었고 내부 자료만으로도 513명의 사망이 확인됐지만 그 원인은 밝히지 못한 것이다. 진상규명이 안됐으니 이들은 지금까지 어떠한 배상이나 보상도 받지 못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당시 왜 수감이 됐는지, 사망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조사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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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희 기자 tanbbang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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