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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란과 42조원 경협’ 부풀리기…신기루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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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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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일 저녁(현지시각) 테헤란에서 이란 최고 정치·종교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오른쪽)를 면담하고 있다. 왼쪽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무실 공식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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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방문으로 사상 최대인 42조원 규모의 ‘경제외교 성과’를 냈다고 발표했으나 대부분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 등의 수준이어서 실제 계약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이를 잘 알면서도 수주 예상액을 모두 합산해 성과로 내세운 것은 ‘과대 포장’에 가깝다는 것이다.

3일 청와대가 전날 내놓은 ‘한-이란 정상회담 경제분야 성과’ 중 건설 프로젝트 30개(371억달러)를 합의 수준별로 보면 ‘양해각서’가 가장 많은 13건이다. 다음으로 ‘거래조건 협정’(MOA) 4건, ‘주요 계약조건 협상’ 3건, ‘업무협력 최고 합의각서’(HOA) 3건, ‘가계약’ 2건, 기타 4건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비슷해 비교적 높은 수준의 합의로 여겨지는 ‘가계약’은 2건뿐이고, 대부분 ‘양해각서’와 ‘거래조건 협정’ 등이 차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양해각서와 거래조건 협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낮은 단계의 합의로, 실제 계약이 이뤄질지는 현시점에서 단정할 수 없다. 또 ‘업무협력 최고 합의각서’나 ‘주요 계약조건 협상’은 양해각서보다는 한 단계 진전된 내용이지만 본계약 체결을 보장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청와대가 성과로 내세운 프로젝트 가운데는 ‘협상 재개’(사우스파르스 액화천연가스 플랜트 35억달러), ‘재추진’(현대미포조선 선박 수주 12억달러)도 한 건씩 포함됐는데, 이는 성과 부풀리기용 끼워맞추기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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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풀리기 목적이 아니더라도 양해각서는 그 자체의 한계로 실제 사업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 공기업은 2010년 이후 37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현재까지 계약 체결로 이어진 게 6건, 사업이 취소된 게 5건이고, 나머지는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이번에 이란 쪽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양해각서는 ‘앞으로 잘해보자’는 것이다. 이런 합의서가 실제 계약이나 사업으로 이어질지는 지금 단계에서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주액도 다소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는 프로젝트별 수주액으로 해당 사업 예상사업비 총액을 표시했으나, 실제 계약에서는 국내 업체의 공사 범위나 방식에 따라 수주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한-이란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해각서를 맺은 데 따라 본계약을 위한 유리한 고지는 선점했지만 프로젝트 전부를 수주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해각서 위주의 ‘경제외교 성과’ 홍보는 과거에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지난해 국회 자원외교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전정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 성과로 내세운 양해각서 96건 중 본계약으로 이어진 것은 16건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박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과 관련해 정부가 홍보한 의약품 수출 계약 또는 양해각서 내용이 과장됐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3일 이런 논란에 대해 “(이번에 발표한 프로젝트들은) 다른 어떤 경우보다 구체적인 규모와 계획까지 명시됐다는 점에서 상당히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는 보수적으로 실적을 취합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안 수석은 “계약이 됐다가도 파기되는 경우가 있듯이 모든 거래에는 항상 위험 부담이 존재한다”고 했다.

최종훈 김규원 기자, 테헤란/최혜정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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