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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뉴스AS] 최저임금 두 번째 이야기…영세업자·중소기업은 어쩌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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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노동절을 앞두고 <한겨레>는 ‘최저임금 1만원 꼭 필요한 다섯 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최저임금 관련 기사(▶바로 가기)를 냈습니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인 저임금 구조에 대해 공감을 표시해 주신 독자들이 많았습니다. 동시에 최저임금 인상엔 동의하지만 ‘영세·중소상공인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아래는 한 독자께서 보내주신 메일 내용입니다.

“150만원 받는 생산직 종사원입니다. 제주에 살고 있고요. 나이는 41입니다. 최저임금 오르면 참 좋은데요, 최저임금이 오르는 만큼 물가도 오르지 않을까요? 회사나 사업주 입장에서는 임금을 올리는 대신 상품에다 임금 인상분을 반영할 거라 생각되고 지금이나 최저 시급 1만원이나 똑같은 팍팍한 삶을 살 거라 생각되는데요. 제 생각이 잘못된 건가요?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고민스러운 질문입니다. 그래서 <한겨레>가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영세·소상공인은 어쩌라고요’라는 내용으로 뉴스AS를 준비했습니다.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하고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총선공약으로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한 정당,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발표된 학술논문 그리고 <한겨레> 기사 등을 중심으로 취재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최저임금 1만원’은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이 낮아도 너무 낮다는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왜 그런지는 지금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통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현재 한국에는 자영업자가 560만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고용원이 있는 1인 이상 자영업자는 약 155만명으로 추산됩니다. 지난해 9월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영업자 비율’을 보면, 2013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전체 노동자의 27.4%입니다. 오이시디 국가 가운데 그리스(36.9%), 터키(35.9%), 멕시코(33.0%)에 이어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이 4번째로 높았습니다. 당시 오이시디 평균은 15.8%로, 한국은 평균의 두 배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매년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80만명에 달합니다.

많은 독자들의 우려처럼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 영세·중소상공인에게 타격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동시에 한국 내 자영업자가 이미 과포화 상태라는 점도 중요한 지점입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현재 상권 중복, 과당 경쟁으로 자영업자들의 생존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제대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있으면 굳이 치킨집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비정규 저임금 일자리가 많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이 소장은 “현재 한국의 자영업 포화 상태를 그대로 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기형적인 이 구조가 소득의 하향 평준화로 귀결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지렛대로 이런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1. 영세·중소상인 어려움은 대기업과의 ‘갑을 관계’ 때문

이제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우선 영세·중소상인이 겪는 어려움의 가장 큰 부분은 대기업과의 비정상적인 ‘갑을 관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영세 사업장으로 꼽히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2014년 말 기준 국내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 점포수는 2만6020곳이었습니다. 2006년 9847곳에 불과했던 점포는 해마다 늘어 2014년에는 편의점당 인구수가 197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매출이익은 가맹점과 가맹본부가 65대 35로 나눠 갖습니다. 또 가맹점의 모든 매출 정보는 상품의 바코드를 단말기가 찍는 순간 모두 본부에 전송되기 때문에 본부는 가맹점의 재고까지도 실시간으로 파악합니다. 이에 더해 가맹점의 매출액은 매일 가맹본부로 당일 송금됩니다. 한 편의점주는 <한겨레>에 “슈퍼마켓을 할 때는 (공급) 가격이 안 맞으면 업체를 바꾸면 됐다. 하지만 편의점은 공급업체가 가맹본부 하나뿐”이라며 매출 확대를 위해 모색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문제는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들에서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시중에서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동일 상표의 동일 상품을 가맹본부로부터 비싸게 구매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김철식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연구교수는 수익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나눠 갖지만 비용은 가맹점에 전가되는 구조가 문제라고 꼽았습니다.

한겨레

편의점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이 점주들의 미송금액에 대해 과도한 페널티를 요구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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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가 올 초 발표한 2014년 기준 프랜차이즈 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프랜차이즈 본부격인 가맹본부만 3360개로 집계됐습니다. 가맹점은 50만개에 이르고 가맹점 종사자는 14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프랜차이즈 산업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우문숙 민주노총 비정규직국장은 “국내 중소·영세기업들은 대부분 완제품이 아닌 부품을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는데 대기업에서 적정가를 쳐주지 않는다”며 원·하청 불공정 거래의 문제를 지적합니다.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한 지적입니다.

2013년 남양유업의 ‘대리점 갑질’ 논란도 본질은 같습니다. 재고 부담을 본사가 책임지지 않기 위해 대리점에 ‘물량 밀어내기’를 통한 책임 전가를 했던 사안입니다. 김철식 연구교수는 “비용이 가맹본부에서 가맹점주로, 다시 직원에게 연쇄적으로 전가되는 구조가 한국적 프랜차이즈의 특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저임금 문제는 이 구조와 함께 풀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2. 대기업 골목상권 장악은 여전하다

두 번째로 대기업의 골목상권 장악 문제도 있습니다.

대규모 점포가 2002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됐습니다. 대형마트가 상권을 장악하기 시작했지요. 이에 더해 동네 슈퍼들의 골목상권까지 노린 기업형 슈퍼마켓(SSM)도 진출했습니다. 이제 동네마다 기업형 슈퍼마켓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끊임없는 논란에 국회는 2012년 1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했습니다. 대기업들은 ‘영업의 자유’, ‘소비자의 선택권’ 등을 내세워 법정싸움에 돌입했으나,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헌법 제 119조 2항, 이른바 ‘경제민주화’ 조항을 인용하며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일 지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도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진출은 끊이지 않는 실정입니다.

3. 영세·중소상인 갉아먹는 임대료 문제

세 번째로 영세·중소상인들이 대부분 임차상인으로 높은 임대료의 영향을 받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우문숙 민주노총 국장은 “건물 임대료 상한제가 도입되는 게 영세·중소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합니다. 지난 4·13 총선에서 여야는 모두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가 올라 기존 상인이 밀려나는 현상)을 막기 위해 각각 상가 임대차 관련 공약을 내놨습니다. 새누리당은 자율상권법을 제정해 상가 임대료 급등을 막겠다고 공약했고, 자영업 지원·보호대책으로 임대료 상승 폭을 최소화하는 대신 건물주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치권 역시 영세 중소상인들에게 높은 임대료가 치명적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4. ‘을’(자영업자)과 ‘병’(저임금노동자)의 갈등

이 밖에도 불합리한 카드수수료 인하, 가맹본부-가맹점 간 이익 공유제 도입, 과도한 부채부담 경감 등이 영세·중소상인 등 자영업자에 대한 대책으로 제기됩니다. 조동진 정의당 정책기획국장은 “중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현실로 받아들이고 최저임금 인상과 중소상공인들에 대한 대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조 국장은 “현재 한국사회의 구조가 자영업자들이 적정한 임금 소득을 보장받을 방안이 없어서 결국 ‘을’(자영업자)과 ‘병’(저임금노동자)이 갈등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어서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남신 소장도 “국회와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이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면 최저임금 1만원이 결코 무리한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다른 말로 자영업자와 저임금노동자의 ‘빈곤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 소장은 다만 “일부 영세 자영업주는 알바보다도 적게 받는 현실”이라며 “이 점은 노동조합도 굉장히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5. 소비자가 부담 나누겠다는 인식 전환도 필요

마지막으로 저임금 노동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부담을 나눠질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택배의 예를 들겠습니다. 소비자가 택배를 보내는데 건당 2500원을 지불합니다. 택배 기사는 그 가운데 800원가량을 받는다고 합니다. 대부분 택배 기사는 회사에 직접 고용된 형태가 아닌 개인사업자입니다. 택배회사와 계약을 맺고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는 구조인데, 기름값, 보험료, 수리비 등 차 운영비는 다 기사가 부담합니다. 저렴한 택배 요금이 가능한 이유입니다.

이처럼 지나치게 값싼 노동력을 소비하고 있는 업종들의 경우 소비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에게도 최저임금이 100% 적용되면서 일부 아파트에서는 경비원을 해고하고 무인 경비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비용을 분담하겠으니 경비원들을 유지해달라’는 운동을 벌였던 단지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가 소비자가 부담을 나눠진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겨레>에서 노동 담당을 수년간 해온 전종휘 기자는 “우리가 값싸게 쓰는 서비스의 요금 인상도 감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전체 임금 노동자의 임금 인상뿐 아니라 소비 진작에도 효과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덧붙이자면, 최저임금 인상이 단기적으로는 물가인상을 초래할 수도 있지만 큰 폭은 아니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강승복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이 펴낸 논문을 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있었던 뉴저지주와 인상이 없었던 펜실베니아주의 패스트푸드 가격을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을 받는다는 확실한 결론을 낼 수 없었다’는 카드·크루거(1994, 1995)의 연구와 드라카, 마친, 밴리넨이 ‘영국의 저임금산업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최저임금의 도입과 해당산업의 가격변화가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가 크지 않다’고 발표한 2005년 연구가 나옵니다.

물론 최저임금이 물가를 상승시킨다는 연구들도 있습니다. 2008년 레모스의 논문을 보면, ‘최저임금은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있지만 매우 작은 수준, 즉 최저임금 10% 인상에 대한 식품 가격은 4%, 전체 물가 상승은 0.4%를 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최저 시급 15달러 인상법(3~7년 사이 점차적 인상)이 통과된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시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와 여파에 대한 분석을 워싱턴주립대학교에 의뢰했습니다. 지난달 워싱턴주립대학교 학보를 보면, 연구팀은 “마트, 소매점, 주유소와 임대 상황을 조사한바, 가격 상승 증거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외식비의 경우는 8%가량 뛰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겨레>가 준비한 최저임금 뉴스AS는 여기까지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한 만큼 현재 기형적인 자영업 구조 개혁을 위한 정치권의 영세·중소상공인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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