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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황금주파수' 라더니…국회갔다 '누더기'된 700㎒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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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12년 통신용 할당 계획…정치권 개입으로 지난해 지상파에 일부배정

방송 혼간섭 문제로 이통사 입찰 꺼린듯…미래부 "연말 700㎒ 활용안 발표"

뉴스1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블록별 낙찰가 및 낙찰자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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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황금 주파수'로 불렸던 700㎒ 주파수 대역이 최근 종료된 이동통신용 주파수 경매에서 '찬밥' 신세가 됐다. 700㎒ 주파수는 유일한 저주파 대역이라는 점에서 '황금 주파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700㎒ 대역을 전세계에 유례없이 방송용으로 배분하라는 국회의 '입김'에 주파수가 과도하게 쪼개지면서 이통3사 모두로부터 외면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4월 29일부터 시작한 주파수 경매는 최장 8일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과 달리 2일차였던 지난 2일 싱겁게 끝났다. 경매 결과 SK텔레콤이 2.6㎓ 대역에서 D블록 40㎒폭과 E블록 20㎒폭을 낙찰받았고 KT가 1.8㎓ 대역 20㎒폭(B블록), LG유플러스가 2.1㎓ 대역 20㎒폭(C블록)을 할당받아 3사가 사이좋게 광대역 LTE용 주파수를 나눠가졌다.

이번 경매에 매물로 나온 5개 중 A블록인 700㎒ 40㎒폭만 유일하게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유찰됐다. 이통 3사 중 어느 한곳도 700㎒ 대역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700㎒는 경매에 나온 5개 대역 중 유일한 저주파 구간이다. 저주파는 장애물을 뛰어넘는 회절성이 강해 높은 빌딩이 즐비한 도심에서 활용도가 넓다. 전파 도달거리가 길고 커버리지도 넓어 투자비용도 다른 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이때문에 '황금 주파수'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경매 결과, 유일하게 아무런 '러브콜'도 받지 못한 주파수로 전락했다.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과의 혼간섭 문제, 높은 경매가격 등이 판단된 것으로 분석된다.

700㎒ 대역은 당초 지상파 방송사들이 사용했지만 2012년 디지털 방송 전환에 따라 정부에 반납한 바 있다. 그해 미래창조과학부는 '모바일 광개토플랜'을 수립하면서 700㎒ 대역 중 40㎒폭을 통신용으로 배정할 계획이었다. 치솟는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추가 주파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 방송을 위해 700㎒ 주파수 할당 재검토를 요구하며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이 과정에 국회까지 개입하며 지상파 방송사들을 편들고 나섰다.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노골적으로 "지상파에 700㎒ 주파수를 배정하라"고 미래부를 압박했다. 결국 지난해 7월 주파수심의위원회에서 30㎒폭을 KBS1·2, MBC, SBS, EBS에 각각 6㎒ 무상 분배하는 안건이 결정됐다.

지상파에 분배한 30㎒폭을 제외한 40㎒폭이 이번 경매에 매물로 나왔지만 사업자들로부터 외면받은 것도 결국은 700㎒ 주파수가 방송·통신용으로 쪼개지며 혼간섭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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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3사의 주파수 경매가 종료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휴대전화 대리점 앞을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2016.5.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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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국가에서도 700㎒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쓰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방송용과 통신용으로 쪼개져 활용성이 크게 떨어진다"면서 "주파수 간섭 문제로 통신 품질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성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은 "이번에 SK텔레콤에 낙찰된 2.6㎓ 대역도 지난 2013년 경매에선 유찰된 바 있다"면서 "사업자들이 700㎒ 대역이 UHD 방송과 같이 쓰는 데다가 이동통신용으로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부담을 느껴 전략적인 접근을 펼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높은 경매가격도 이통사들에 부담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A블록 700㎒대역은 사용기간 10년에 최저경쟁가격이 7620억원이다. 똑같은 사용기간으로 SK텔레콤이 낙찰받은 D블록 2.6㎓ 40㎒폭의 경매시작가가 6553억원이었으니 1100억원 이상 비싼 것이다. 이번 경매 낙찰가 총액이 2조1106억원으로 최저경쟁가격 2조5779억원보다 4673억원 낮아진 것도 700㎒ 대역의 유찰에 따른 영향이 크다.

미래부는 유찰된 700㎒ 주파수의 활용 방향을 재검토해 연말에 발표할 계획이다. 전성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은 "유찰된 대역에 대해서는 경매를 다시 진행할지 말지를 포함한 세부적인 계획을 재검토할 예정"이라며 "연말 발표 예정인 K-ICT 스펙트럼 플랜에 해당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sho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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