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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재정난'사우디, 사회동요 번지나…해고 노동자들, 방화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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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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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대형 건설사의 외국인 근로자 5만 명 해고 통보에 항의하는 버스 방화 시위가 발생한 가운데 사우디 경제 위기가 사회적 동요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일(현지시간) 일간 사우디가제트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 '사우디 빈라덴 그룹'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지난달 30일 메카에 있는 빈라덴 그룹 사무실 앞에 세워둔 회사 버스 7대에 불을 질렀다. 이 불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버스가 전소되는 등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유튜브에는 버스가 불에 타는 영상과 함께 '대형 건설사 사우디 빈라덴 그룹의 근로자들이 최근 시위의 일환으로 회사 버스 7대 이상에 불을 질렀다. 몇 달간 임금도 주지 않고 대규모 해고를 통보한 데 근로자들이 화가 났다'는 글이 올라왔다. 사우디 민방위는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빈라덴 그룹은 알카에다 수장인 오사마 빈라덴의 아버지가 1931년 설립한 건설사다. 이 회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속됐던 고유가로 경제 붐을 일으킨 사우디 경제의 혜택을 누렸다. 사우디의 최고층 건물을 짓는 1조3900억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사우디의 공항, 도로, 마천루 등 주요 건설 사업을 다수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공룡처럼 몸집을 불린 대기업조차 사우디 경제난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현지 일간 알와탄 등에 따르면 빈라덴 그룹은 저유가와 정부의 공공부문 지출 삭감 등으로 경영난에 시달렸다. 최근 빈라덴 그룹의 부채는 1096억8000만 리얄(약 33조3000만 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 메카 그랜드 모스크에서 쓰러진 크레인이 빈라덴 그룹 소유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경영에 타격을 준 원인이 됐다. 당시 메카 사고로 최소 111명이 숨졌다. 사고 발생 이후 사우디 왕가는 빈라덴 그룹에 신규 공공사업을 수주하지 말라는 방침을 정했다.

특히 이번 버스 방화 사건은 사우디 경제 위기가 사회 동요로 번진 대표 사례가 될 전망이다. 사우디 정부가 공공부문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연료·전기·상수도 보조금도 삭감하겠다고 밝힌 만큼 자국민들의 민심이 돌아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빈라덴 그룹은 최근 4~8개월 동안 근로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했고 외국인 노동자 5만 명에게는 출국 비자를 주며 사우디를 떠나라고 통보했다. 이번에 해고된 빈라덴 그룹 근로자 숫자는 전체 인력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밀린 임금도 받지 못한 데다 일방적인 해고 통보까지 받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사우디를 떠나기를 거부하며 연일 회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빈라덴 그룹 해고에 항의하는 시위가 본격화된 것은 사우디 왕가가 경제 개혁 정책 '비전 2030'을 발표한 지 일주일여 만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빈라덴 그룹은 1만2000~1만7000명의 사우디 근로자를 추가 해고할 계획이라고 알와탄은 보도했다.

미국의 전략정보 분석 전문업체 스트랫포의 중동 전문가 에밀리 호손은 CNN머니에 "사우디의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며 "이제 사회적인 요구가 억제되지 못하고 분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손은 사우디 군부가 막강해 대규모 폭력 시위는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면서도 "사우디 왕가가 발표한 개혁안을 보면 경제 개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모두 보호해줄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정부 재정 수입의 75%를 원유 수출로 충당해왔다. 그러나 2014년 중반 배럴당 100달러 선이었던 국제 유가가 30달러대로 하락하며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사우디 정부 재정 적자가 114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jh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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