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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낳지도 않은 아이 셋이나 출생신고…'또 인우보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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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폭력 피하려·양육비 챙기려·통장개설하려" 이유도 제각각

연합뉴스



(수원·성남=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병원에서 발급하는 출생증명서 없이 보증인을 내세워 출생신고할 수 있는 '인우보증제'를 악용한 허위 출생신고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다자녀 특별공급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혹은 남편의 가정폭력을 피하기 위해 애초에 낳지도 않은 아이를 만들어내는 등 그 이유도 제각각이다.

3일 경찰과 일선 시군 등에 따르면 현행법상 출생신고는 병원에서 출생증명서를 발급받아 관할 지자체에 제출하거나 보증인을 내세워 신고하는 등 2가지 방법이 있다.

병원 밖에서 출산, 보증인을 통해 출생신고하는 방식을 인우보증제라고 부른다.

보증인은 자녀의 부모와 친인척 관계가 아니어도 무방하며 나이 제한도 없다.

이런 인우보증제를 악용한 사례는 최근 경찰의 미취학 아동 전수조사 과정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 안모(61)씨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지역 부동산 열기가 뜨겁던 2007년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다자녀 가정에 특별공급하는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서류상 자녀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이미 안씨는 아내 이모(51)씨와의 사이에 자녀 셋이 있었지만, 2007년 8월 쌍둥이 아들을, 2009년 9월 딸을 더 낳았다고 허위로 출생신고했다.

인우보증제를 활용하기 위해선 보증인을 세워야 했는데, 자신이 관리하던 부모의 도장을 이용했다.

이후 안씨는 서울 세곡동과 경기 성남(2곳), 대구 수성, 부산 해운대 등 5곳의 아파트를 특별 분양받았다.

여기엔 서류상만 존재하는 세 아이들이 가산점을 받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분당경찰서는 최근 미취학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 중 안씨가 자녀 셋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점에 대해 수사하던 중 허위 출생신고 사건의 전모를 밝혀냈다.

안씨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은 아이 앞으로 나온 양육보조금 1천800만원은 물론, 특별 공급받은 아파트를 매매해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를 왜 학교에 보내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중국 동포 여성과의 불륜으로 아이를 낳았고, 아이들은 친모가 키우고 있다'고 거짓말했다"며 "수사를 확대하다보니 애초에 아이들이 태어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경기 이천에서는 이런 인우보증제를 악용해 아파트 경비원의 보증으로 아이를 허위 출생신고한 30대 주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녀는 남편의 가정폭력을 피하기 위해 아이를 임신했다고 거짓말한 뒤 허위 출생신고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부산에서는 양육비 수당을 챙기기 위해 허위 출생신고를 한 30대가, 수원에선 신용불량자란 이유로 통장을 개설하기 위해 허위 출생신고를 한 60대 여성이 각각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 전수조사 과정에서 수년 전 허위로 출생신고한 사례들이 속속 적발되고 있다"며 "허위 출생신고를 막기 위해선 인우보증제 자체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goa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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