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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양재찬의 프리즘] 3040세대 '전세유민'의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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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대기자]
CBSi-더스쿠프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들은 삶이 고달파도 희망을 안고 살았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대며 대학을 다녔지만, 졸업과 함께 직장을 잡을 수 있었다. 달동네에서 단칸 셋방살이로 신혼을 시작했지만, 한푼 두푼 모아 집을 늘려갈 수 있었다. 서울에서 집을 장만하기 어려운 이들은 인천ㆍ경기 등 수도권 위성도시에서 시작해 서울로 진입하는 꿈을 이뤄냈다.


그 바람에 서울 인구는 계속 불어났다. 올림픽이 열린 1988년 1014만7107명으로 인구 1000만 시대를 열었다. 저달러ㆍ저유가ㆍ저금리의 3저低 호황 직후인데다 올림픽 특수가 일어 경제성장률이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소득이 늘며 중산층이 두꺼워졌고, 마이카의 꿈을 이뤘다. 단독주택보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가구가 늘면서 아파트 공급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서울 강남 아파트가 3.3㎡당(약 1평) 1000만원을 넘어섰다. 노태우 정부는 주택 200만호 건설 계획을 발표했고, 일산ㆍ분당 신도시도 이때 건설됐다.

지난해 인기를 끈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배경이다. 그새 서울로의 인구 유입은 지속돼 1992년 1093만5230명으로 곧 1100만명에 다가서는 듯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서울 진입이 어려워지고 일산ㆍ분당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자 서울 인구는 1992년에 정점을 찍고 이듬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서울로 들어오는 전입인구보다 빠져나가는 전출인구가 많아진 것이다.

결국 서울 인구 1000만 시대는 28년 만인 지난 3월 무너졌다. 서울로 이사 온 인구(14만880명)보다 빠져나간 인구(14만9700명)가 8820명이나 많아서다(통계청 인구이동 통계). 순유출인구가 많자 3월 서울 인구는 999만9116명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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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脫 서울' 행렬은 아파트값 상승에 이어 전셋값이 치솟자 가속화됐다. 서울 지역 3.3㎡당 전셋값이 1000만원을 넘어섰다. 그나마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져 전세 구하기가 어렵자 서울 안에서도 갈수록 변두리로, 그도 저도 안 돼 경기도로 밀려나는 3040세대 '전세유민流民'이 양산됐다. 실제로 경기도는 지난 3월 순유입(전입-전출)인구가 9264명으로 전국 17개 시ㆍ도 중 가장 많았다.

경기도 지역이라도 서울 지하철이나 수도권 전철이 닿는 곳이면 나은 편이다. 전철 역세권에서 벗어나는 곳에선 새벽에 일어나 직장이 있는 서울행 광역버스에 몸을 실어야 한다. 이렇게 매일 출퇴근하며 버리는 시간이 서너 시간이니 몸은 파김치가 되고 업무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운 데다 겨우 잡은 직장도 비정규직이 태반이라서 집을 사기는커녕 서울에서 전세 얻기도 버거운 1970~1980년대에 태어난 3040세대. 전원생활을 하려고 한적한 교외로 옮긴 것도 아니고 전세를 못 구해, 월세 대기 버거워 경기도로 밀려난 심정이 어떨까.

4ㆍ13 총선 결과 남양주ㆍ파주 등 택지가 새로 개발돼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지역을 중심으로 야당 후보가 대거 당선된 사실은 전세유민들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보수정권 8년의 주택정책을 심판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정부는 28년 만에 막을 내린 서울 인구 1000만 시대의 의미를 제대로 읽고 전월세값 안정과 임대주택 확충 등 실효성 있는 서민 주거안정 정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곧 나올 2015년 11월 1일 기준 인구주택총조사 결과가 보여줄 가구 형태 변화도 반영해야 마땅하다. 서울만이 아닌 경기도의 비대화도 고민할 시점이다. 경기도 인구는 서울을 추월한 지 이미 오래다. 지난해 말 1252만명에서 1300만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한강을 경계로 경기북도와 경기남도로 나누자는 제안도 나와 있는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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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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