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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취재파일][단독] 김연아-박태환 체육훈장 못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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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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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낳은 ‘피겨 여왕’ 김연아와 수영 스타 박태환이 아직까지 그 어떠한 종류의 체육훈장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와 아울러 지난 3년 동안 체육훈장을 받은 선수가 단 1명도 없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전말은 이렇습니다.

체육훈장에는 청룡장, 맹호장, 거상장, 백마장, 기린장 등 모두 5개 등급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최고 영예는 단연 1등급인 청룡장입니다. 2013년까지는 기준 점수 1,000점을 획득하면 청룡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4년 1월 1일부터 서훈 기준이 크게 강화돼 청룡장의 경우 1,500점으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1,500점을 획득하려면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따야 가능합니다. 양궁이나 쇼트트랙처럼 다관왕을 노릴 수 있는 종목은 몰라도 피겨 스케이팅의 경우 달성하기가 매우 어려운 점수입니다. 그런데도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제대회 증가와 경기력 향상에 따라 포상규모가 확대돼 서훈의 영예성을 높이려고 기준을 강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로부터 2개월 뒤 김연아 선수가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하면서 논란이 빚어졌습니다.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과 소치 올림픽 은메달에 7번의 세계선수권대회(주니어 포함)에서 획득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합해도 점수가 1,424점에 그쳐 청룡장의 영예를 누리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피겨 여왕’도 청룡장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여론의 비판의 거세지자 훈장 수여의 주무부처인 당시 안전행정부는 2014년 3월 “각계 의견을 수렴해 기준 점수 조정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5년 2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김연아 선수와 박태환 선수가 청룡장 자격 요건을 갖춰 오는 10월 15일 체육의 날에 훈장을 줄 방침이다. 김연아에게는 체육유공자 특례를 적용하겠다. 박태환의 경우 금지약물 복용 징계만으로 서훈 자격이 박탈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결과적으로 헛된 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무려 2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 김연아도 박태환은 그 어떤 훈장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요?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SBS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훈장 수여 문제는 김연아, 박태환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다. 전체 운동선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반적으로 훈장을 받을 수 있는 기준 점수를 하향 조정해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에 건의했다. 그런데 행정자치부에서 기준 점수를 낮출 경우 훈장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시해 논의가 중단된 상태이다. 박태환의 경우 이미 기준 점수를 훨씬 상회했지만 다른 선수들에게 적용될 원칙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훈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연아에서 촉발된 기준 점수 조정 문제로 2013년 이후 지금까지 훈장 수여식이 열리지 못해 대한민국 선수 누구도 그 어떠한 체육훈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스포츠 선수에게 훈장을 수여할 책임과 권한이 있는 두 정부 부처, 즉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자치부가 2년 넘게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허송세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3년 이전에는 거의 대부분 1년에 한번씩 훈장 수여식이 개최된 점을 고려하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닌 게 분명합니다.

지난해 정부가 수여한 훈장은 12종에 모두 2만6천662건이나 됐습니다. 이 가운데 86%가 퇴직 공무원이 받은 근정훈장이었습니다. 한마디로 '훈장 잔치'를 벌이며 훈장의 영예를 스스로 떨어뜨린 셈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한국 스포츠를 빛낸 김연아-박태환 두 선수가 황당한 이유로 영예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일단 정상이 아닐 뿐만 아니라 다른 훈장을 받은 사람들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도 어긋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자치부가 체육훈장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대체 몇 년이나 더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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