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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김건우의 엔터만상] '시빌워' 흥행이 남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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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 대결 피한 충무로, 스크린 독과점 내세우기 어려워]

머니투데이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이하 시빌워)가 하루 1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1989개의 스크린을 확보, 1만회 이상 상영한 덕분이다.

평소 같으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불붙었겠지만, 어쩐 일인지 '시빌워'에 대한 비난 여론은 아직까지 두드러지지 않는다. 수입사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가 국내 기자 80여명을 싱가포르에 초청, 영화 흥행 분위기를 달군 영향도 없진 않겠지만, 한국영화 가운데 볼 영화가 없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한국 영화들은 일찌감치 '시빌워'와의 정면대결을 피했다. 앞서 개봉한 '시간이탈자' '위대한 소원'은 모두 흥행에 실패, 스크린 독식을 주장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즉, 관객들의 영화선택권을 극장이 제한한 것이 아니라 현재 관객 입장에선 볼만한 영화가 '시빌워' 밖에 없는 셈이다.

'시빌워'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솔직히 조금 지루하고 영화가 난잡하다' '힘들고 지칩니다' 등 2시간 27분이란 상영시간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룬다. 마블 시리즈를 모두 보지 않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긴 힘들다는 평도 눈에 띈다. 때문에 '시빌워'가 흥행하고 있지만, 한국 영화가 맞개봉을 했다면 동반 흥행도 가능하지 않았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5일부터 8일까지 황금연휴가 시작되지만 개봉 한국영화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 유일하다. '곡성'과 '엽기적인 그녀2'는 12일에나 개봉한다. 이 같은 충무로의 눈치싸움에 극장들만 웃음을 짓고 있다.

CJ CGV는 지난 3월 차등좌석제를 도입, 사실상 가격 인상 조치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시빌워' 흥행으로 결국 "가격을 올려도 볼 사람은 극장에서 다 본다"라는 말이 맞았던 셈이다.

추후 '시빌워'의 관람객 분석을 통해 차등좌석제를 적용한 CJ CGV와 롯데시네마를 찾은 비중이 높다는 결과가 나오면 메가박스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가박스 입장에선 괜히 관객 편에 섰다가 손해만 본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극장들이 차등좌석제를 자신있게 강행한 것은 올해 블록버스터 개봉 라인업이 화려한 영향도 무시하지 못한다. '시빌워'를 이어 6월 '워크래프트' '인디팬던스 데이' 7월 '제이슨 본' '아이스 에이지' 등이 줄줄이 개봉한다. 이들 영화들이 무난히 흥행하면 차등좌석제도 안착할 공산이 크다.

결국 충무로의 고민은 깊어지고, 극장들만 재미를 보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빌워'의 흥행은 충무로와 관객들에게 모두 숙제를 남겼다. 블록버스터와 맞대결을 피하다 우리 영화끼리 피 터지게 싸우는 상황이 벌어지고, '나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극장을 찾는다면 결국 '주도권'은 항상 극장이 가져갈 수밖에 없다.

김건우 기자 ja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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