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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싹쓸이는 옛말… 유커 쇼핑 패턴 ‘변화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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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노동절 맞아 유통가 북적

일본 대지진 피해 한국행 늘어 연휴 방문객 전년보다 10% 증가

인터넷으로 제품ㆍ가격 사전 검색, 스마트 쇼핑으로 능률적 소비

구매 품목 지역 다변화 추세, 명품 아닌 중저가 생필품도 발길

한국일보

중국 노동절 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면세점 화장품 코너에서 쇼핑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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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노동절 연휴(4월30일~5월2일)를 맞아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돌아왔다. 일본 골든위크(4월29일~5월5일)까지 겹치면서 외국인들 덕에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은 활짝 웃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쑹옌쩌(32ㆍ여)씨는 1일 오후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명품 가방과 신발 등 다섯 가지 물품을 구입했다. 그가 한 시간 남짓 머물며 쇼핑한 금액은 400여만원. 지난달 29일 방한한 숭씨는 경기 가평군 남이섬과 쁘띠프랑스 문화마을에서 관광을 한 뒤 서울을 찾았다. 쑹씨는 당초 일본 교토로 갈 계획이었지만 막판에 한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일본은 최근 대지진이 발생,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중국인 야오징(29ㆍ여)씨도 일본 여행을 취소하고 지난달 28일 남편과 딸, 어머니, 이모와 함께 제주도를 방문했다. 야오씨는 “집이 내륙지방이라 바다 근처의 일본 도시에 가려다 지진 걱정에 제주도로 계획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노동절 연휴 기간 지난해보다 10% 증가한 6만3,000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방한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일 오후 2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내 화장품 매장이 몰려 있는 9층 면세점 코너도 평일이었지만 외국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 곳에서 만난 중국 산시(陝西)성의 판팅팅(26ㆍ여)씨는 “요즘 한국에 오는 대부분의 중국 사람들은 미리 인터넷으로 화장품이나 가방 등의 필요한 물건을 살펴보고 비용까지 계산한다”며 “백화점은 짧은 시간에 여러 가지 물건들을 고를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입국해 이미 100만원 넘게 물건을 산 판씨는 돌아갈 때까지 추가로 100만원 이상을 더 쇼핑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현대, 신세계 등 국내 주요 백화점 업계의 지난 주말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최대 2배까지 급증했다. 실제로 4월29일~5월1일 현대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5월1~3일 대비 99.6%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도 61.5%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58.1% 증가했다. 롯데면세점 매출도 15% 안팎으로 뛰었다.

이번 황금연휴 기간 한국을 찾은 유커들은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구매하던 과거의 ‘싹쓸이 쇼핑’에서 탈피, 효율적인 ‘스마트 소비’로 전환하는 특징을 보였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유명 브랜드의 고가 상품만을 고집했던 예전과는 확실하게 달라졌다” 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막연하게 추상적 질문을 던지던 중국인들이 최근에는 ‘태양의 후예’ 드라마에 나왔던 옷을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여주며 구체적 요구를 하곤 한다”며 “한국인들이 자주 가는 맛집 등을 묻는 중국인들도 늘어 가로수길이나 청담동의 유명 식당을 안내하는 일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5일부터는 중국 대표 종합상사인 중마이그룹 임직원 8,000여명이 포상휴가를 받아 한국을 찾는 등 유커 특수는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실속을 챙기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진 탓에 영세상인들은 오히려 울상을 짓고 있다. 이들이 개별 관광지에서는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3년째 호두과자 상점을 운영 중인 고모(59)씨는 “중국인들이 대거 입국했다는데 매출은 지난해 이 맘 때와 비교해 절반 이하”라고 푸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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