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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KIA, 양현종이 던지면 ‘기·승·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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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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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경기 무승 3패. KIA 에이스 양현종(28·사진)이 ‘믿을 수 없는’ 성적표를 받아 들고 개막 첫 달을 마쳤다.

양현종은 시즌 6번째 등판한 지난 1일 광주 두산전에서 3패째를 안았다. 아직 승수는 ‘0’이다. KIA는 양현종을 등판시킨 6경기에서 6패를 당했다. 이 중 절반만 이겼더라도 중위권에 있었겠지만 KIA는 2일 현재 9승14패로 9위다. 승률이 4할 아래까지 떨어졌다. 팀 승리의 기본 조건은 선발의 호투지만, 선발의 승리는 혼자서 만들 수가 없다. 양현종이 등판한 경기를 들여다보면 KIA가 이기지 못한 원인이 집약돼 있다.

첫째는 부족한 득점 지원이다. KIA가 올린 108득점 중 양현종이 던지는 동안 뽑은 점수는 10점이다. 양현종이 총 40.2이닝을 던졌으니 2.21점을 지원받은 셈이다. 그러나 각각 4점을 뽑아준 4월1일 NC전과 14일 SK전을 제외하면 득점 지원은 0.64점에 그친다. 양현종이 9이닝을 완투할 경우, 타선이 1점도 뽑아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양현종의 개인 ‘패전’ 3개는 모두 이 4경기에서 나왔다. KIA의 팀 타율은 나쁘지 않다. 2할7푼1리로 전체 5위다. 득점권 타율도 2할7푼8리다. 그러나 타점(104개)과 득점(108개)은 9위로 처져 있다. 득점권에서 점수를 뽑아내는 과정에 부정적인 변수들이 작용했다는 뜻이다.

최근 KIA는 어설픈 베이스러닝으로 득점 연결을 실패하는 경우가 잦다. KIA가 2일 현재 기록한 도루 실패는 10개다. 이 중 3개가 양현종이 등판한 경기에서 나왔다. 견제사는 3개 중 1개, 주루사는 4개 중 2개가 양현종이 던지는 동안 기록됐다.

실책은 더 큰 변수다. 2일까지 KIA의 팀 실책은 21개다. 이 중 3분의 1인 7개가 양현종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나왔다. 타자들 역시 양현종의 ‘무승’에 미안해한다. 지난 1일 두산전에 앞서 베테랑 3루수 이범호는 “우리가 수비에서 더 집중하고 어떻게든 1점이라도 뽑아야 한다”고 별렀다. 하지만 패전이 거듭될수록 야수들의 심리적인 압박감도 커진다. 이날도 1회초 이범호가 두산 선두타자 박건우의 평범한 내야 땅볼 타구를 다리 사이로 빠뜨리는 실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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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전의 모든 원인이 타자 탓만은 아니다. 양현종에게도 변화가 있다. 시즌 중반 이후 체력을 고려해 훈련 페이스를 늦춘 양현종은 지난 한 달간 직구 구속이 예전 같지 않았다. 스스로도 “아직 직구에 자신이 없어 변화구 위주의 맞혀 잡는 피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8.67개, 2015년 7.67개였던 양현종의 9이닝당 탈삼진율은 지난 6경기에서 5.53으로 떨어졌다. 맞혀 잡는 피칭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야수들과 관련된 변수로 연결될 여지가 많다. 투수 출신인 SBS스포츠 최원호 해설위원은 “양현종의 구위 자체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좋아 보인다. 그러나 선발은 이런 식으로 잘 던진 경기를 자꾸 지면 분위기에 말리기 쉽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은 “완봉을 하든, 대량 득점 지원을 받든, 첫 승부터 해야 이 악순환이 끊길 것이다. 이후에는 양현종이 4~5실점 이상을 하더라도 타자들이 많이 쳐줘 승리하는 경기 역시 중간중간 껴줘야 한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는 데 집중할 뿐 승수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에이스인 양현종의 승수는 KIA 팀 전체에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선발 윤석민과 임준혁, 불펜의 심동섭과 김윤동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KIA로서는 ‘에이스 불운 끊기’가 더더욱 시급한 과제가 됐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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