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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은행 부실채권 30조…구조조정 불똥 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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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해 6조 늘어…2000년 이후 최대

7조원 늘어난 대기업이 증가세 주도

산은 등 국책은행 여신이 가장 많아

취약업종 확산땐 시중은행도 충격

충당금 급증해 재무구조 악화 우려


지난해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 규모가 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업종을 시작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부실채권이 늘어나 국책은행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취약 업종 전반으로 구조조정이 확산되면 시중은행들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29조9752억원으로 2014년보다 5조7천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00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전체 기업 여신 가운데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도 1.80%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파가 몰아친 2010년 이후 가장 높았다.

부실채권 증가는 대기업이 이끌었다. 지난해 대기업 여신은 모두 436조7830억원인데, 이 가운데 17조6945억원이 부실채권으로 분류됐다. 대기업 부실채권은 지난해에 7조3312억원 늘었다.

금융권에서는 부실채권 상당수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떠안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상선·한진해운·에스티엑스(STX)조선해양·성동조선 등 부실이 현실화된 기업에 제공한 여신 중 많게는 80% 이상을 국책은행이 부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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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선업 전반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중공업·철강·건설 등 취약업종까지 범위가 확산되면 시중은행들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현재 부실채권 비율이 1.0% 안팎이고 부실에 대비해 쌓아놓은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120% 이상이어서 건전성이 양호한 편이지만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대상 기업이 늘어나면 충당금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주요 시중은행들이 갖고 있는 손실 발생 가능금액(위험노출액)은 2조4천억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은행은 아직까지 빌려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적립하는 충당금을 전혀 쌓지 않고 있다. 국책은행이 주채권은행이라 신용 분류를 ‘정상’이나 ‘요주의’로 두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돈을 빌려준 기업의 신용등급이 ‘요주의’ 아래 단계인 ‘고정이하’로 떨어지면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앞으로 대우조선 등의 재무구조가 악화돼 법정관리 등에 들어가면 대규모 충당금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이다.

신용평가사에서는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은행들이 쌓아야 할 충당금이 수조원에 이르러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하나·우리·케이비(KB)국민·신한 등 4개 은행의 경우 기업 여신 가운데 5대 취약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7.9~11.6%에 달하는데, 상당수 여신이 부실채권으로 재분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농협은행은 지난 1분기에 조선·해운업종에 3328억원의 충당금을 쌓으면서 순이익(322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900억원)보다 600억원 가까이 줄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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