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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지식인에 배우라던 시진핑 하루 만에 자본주의 오염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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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투 트랙’ 언론ㆍ사상통제… 대내 강경ㆍ대외 온건

한국일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망


“공산당 교육이 자본주의 가치관에 오염되고 있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강경한 메시지가 2일 공개됐다. 시 주석의 이념적 강경론은 “지식인의 반대 목소리를 포용해야 한다”는 유화적 메시지가 나온 지 하루 만이어서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이론지 구시(求是)는 이날 발간된 최신호에서 “당교(黨校)가 서구 자본주의 가치관에 오염돼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한 시 주석의 발언을 전했다. 잡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일부 교수들이 당의 사상ㆍ방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함부로 논하거나 심지어 서구 자본주의 가치관을 전파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 “학술탐구에 성역이 없다지만 당의 이론ㆍ전략ㆍ정책에서 벗어난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을 따르지 않는 당교는 존재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지적은 공산당 내부를 향한 최고 수위의 경고로 해석된다. 중앙에서 현(縣)급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으로 3,000여곳에 달하는 당교는 중국 공산당의 간부와 당원 재교육 및 학술연구기관으로 정치ㆍ행정에서 공산당의 영도력을 뒷받침하는 핵심기관 중 하나다. 이 기관이 자본주의에 오염됐다는 비판이 무겁게 다가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처럼 강경한 시 주석의 언급은 공교롭게도 언론ㆍ사상 통제와 관련해 상당히 유화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바로 다음날 공개됐다. 1일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최근 안후이(安徽)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공산당과 정부는 지식인을 전적으로 신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한 바 있다.

강경과 유화의 양극단이 교차하는 배경을 두고 시 국가주석 취임 이후 언론ㆍ사상통제를 강화해온 중국 당국이 ‘투 트랙’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설명이 이어지고 있다. 강경한 메시지로 공산당원을 비롯한 내부를 다잡는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유화 제스처로 통합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특히 시 주석의 발언이 지난해 12월 11일 전국당교공작회의 강연문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공산당 이론지의 전문 공개 시점에 중국 최고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언론ㆍ사상통제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연이어 내놓고 있긴 하지만 공산당 내부의 기강이 흐트러지는 것까지 용납하진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최근의 유화적 제스처는 강도 높은 언론ㆍ사상통제에 대한 국내외의 비판과 반발 움직임을 진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런 ‘투 트랙’ 접근이 효과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산당 간부와 정부 공무원들이 심적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이들이 대외적인 비판에 포용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밍(張鳴) 인민대 정치학과 교수는 “중국 지도부의 내부 사상통제는 외부로 표출돼 나오는 과정에서 전반적인 사회 기조를 옥죄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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