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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인권위 이제서야 “테러방지법 위헌 소지” 뒷북 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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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의견 표명에 그쳐” 지적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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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입법 예고한 ‘테러방지법’ 시행령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테러방지법 국회 통과가 한창 이슈가 됐던 지난 2, 3월엔 별다른 입장이 없었던 터라 뒷북 의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권위는 지난달 29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시행령(안)에 대한 의견표명의 건’을 논의한 결과, 상임위원(4명) 만장일치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로 의결했다고 2일 밝혔다.

인권위가 문제 삼은 시행령 조항은 제18조에 명시된 대테러특공대의 진압작전 범위에 관한 내용이다. 상임위원들은 “국방부 소속 대테러특공대가 군사시설 이외 지역에 출동해 진압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둔 것은 헌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며 “장ㆍ차관급에 불과한 대책본부장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승인을 받지 않고 군을 움직이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의견을 모았다.

시행령 7조에 명시된 ‘대테러 인권보호관’의 역할이 불분명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경숙 상임위원은 “시행령에는 국민 기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대테러 인권보호관 1명을 둔다는 규정만 있을 뿐 권한이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며 “테러방지법이 인권 침해 비판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인권보호관의 역할을 중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인권위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의견 표명 수준에 그친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인권위는 시행령뿐 아니라 과도한 사생활 침해 논란을 빚은 모법 자체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며 “국가정보원이 2002년 테러방지법 입법을 추진할 당시 인권위가 분명한 ‘입법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과 비교할 때 소극적 태도”라고 꼬집었다. 인권위가 위헌 소지 의견을 곧 발표해도 법적 구속력은 없다는 점도 한계다.

앞서 새누리당은 지난 3월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테러방지법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이후 4월 만들어진 시행령안은 오는 6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내달 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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