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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회사야 어찌 되든… 거수기 역할만 한 사외이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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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까지 9년간 518개 의안 처리 / 회사측 안건에 반대의견 전무

세계일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유동성 위기에 빠지기까지 두 회사의 사외이사들은 연봉을 올려 받으며 ‘거수기’ 노릇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한진해운은 243건, 현대상선은 275건의 의안을 이사회에서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이 제시한 안건에 반대의견을 낸 사외이사는 한 명도 없었다.

사외이사들이 견제와 감시를 소홀히 한 사이 두 회사는 앞날을 좌우할 만한 결정을 잇달아 했다. 2000년대 중반 해운업이 호황을 누리자 양사는 용선료가 더 올라갈 것으로 판단하고 선주들과 값비싼 장기용선계약을 맺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이 극심한 침체에 빠지면서 운임이 급락해 높은 용선료는 유동성 위기의 원인이 됐다.

현대상선은 2007년 10월18일 사외이사들에게 1만25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의 장기용선을 추진한다고 보고했다. 회사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2012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을 내세워 서울 남산 반얀트리호텔을 인수했다. 사외이사들은 반대하지 않았다. 한진해운은 2011년 5월 캄사르막스급 4척, 3만5000t급 1척, 5만9000t급 1척 건조를 위한 차입건 등 다소 과도한 투자가 안건으로 올라왔지만 이사회에서는 막힘 없이 통과됐다. 그해 한진해운은 당기순손실 820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한편 채권단 자율협약(공동관리) 개시 결정을 앞둔 한진해운이 이날 임직원 급여를 대폭 삭감하는 추가 자구책을 내놨다. 한진해운은 사장 50%, 전무급 이상 30%, 상무급 20%의 임원 급여를 반납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아울러 인건비를 10% 절감하고 각종 직원 복리후생비도 30~100%까지 삭감할 계획이다. 서울 여의도 본사 구내식당 운영도 중단한다. 이렇게 하면 연간 360억원 정도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기천·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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