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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빈라덴 일가 소유 사우디 건설사 5만명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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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테러 단체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라덴 일가가 소유한 사우디아라비아 대형 건설사가 외국인 근로자 5만 명을 한꺼번에 해고했다고 사우디 일간 알와탄 등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건설사는 1931년 빈라덴의 아버지가 설립한 '사우디 빈라덴 그룹'이다. 본사는 사우디 제다에 있다. 오사마 빈라덴은 1993년 극단 이슬람주의자라는 이유로 빈라덴 그룹 주주 자격을 박탈당했고 가족과도 연을 끊었다.

빈라덴 그룹은 저유가로 재정 적자를 겪은 사우디 정부가 공공부분 지출을 줄이면서 경영난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빈라덴 그룹은 최근 8개월 동안 근로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했다. 이번에 해고된 빈라덴 그룹 근로자 숫자는 전체 인력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빈라덴 그룹은 근로자들에게 출국 비자를 주며 사우디를 떠나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자 중에는 인도 등 아시아 대륙 출신이 많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전했다. 해고된 근로자들은 출국을 거부했다. 이들은 해고 통보를 받은 이후 빈라덴 그룹 사무실 앞에서 매일 항의 시위를 벌였고 이슬람 성지 메카에서 버스를 불태우기도 했다.

빈라덴 그룹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속됐던 고유가로 경제 붐을 일으킨 사우디 경제의 혜택을 누린 기업이다. 사우디의 공항, 도로, 마천루 등 주요 건설 사업에 다수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메카 그랜드 모스크에서 쓰러진 크레인이 빈라덴 그룹 소유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영에 타격을 받았다. 사우디 왕가가 이 회사에 신규 공공사업을 수주하지 말라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메카 사고로 최소 111명이 숨졌다.

유가 폭락 이후 사우디 왕가가 공공부문 지출을 삭감하는 등 긴축 정책을 편 것도 빈라덴 그룹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해 사우디 정부 재정 적자가 114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자 사우디 왕가는 경제 구조를 쇄신하는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최근 빈라덴 그룹의 부채는 1096억8000만 리얄(약 33조3000만 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빈라덴 그룹은 아직 외국인 근로자 대량 해고에 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jh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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