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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제주해군기지 준공됐지만…군-주민 갈등 거세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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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억대 구상권 청구소송에다 군용트럭 통행 저지도

연합뉴스

강정마을서 멈춰진 군용트럭
(서귀포=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지나던 군용트럭을 마을 주민 등이 가로막아 멈춰 세웠다. 동영상 캡처. 2016.05.2 [강정마을회 제공]


(서귀포=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이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우여곡절 끝에 건설돼 운영에 들어갔으나 해군과 강정마을 주민과의 갈등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해군이 지난 3월 강정마을 주민 등에 대해 제주기지 공사 지연으로 발생한 거액의 손실을 물어내라는 손해배상청구(구상권 청구)를 하자 주민 반발이 다시 거세졌다.

마을을 지나는 군용 트럭을 주민 등이 가로막아 멈춰 세운 뒤 항의하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해병대 9여단 장병 8명을 태운 군용 트럭이 강정마을을 지나가자 주민과 활동가 6∼7명이 달려들었다.

실탄이 없는 빈 총이었으나 총을 들어 군용 트럭 이동 경계작전을 하는 '사주경계'에 대해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주민 등은 군용 트럭을 멈춰 세우도록 한 뒤 "해군이 주민 등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해 민감한 시점에서 군인들이 마을 번화가에서 총구를 겨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따졌다.

경찰이 출동해 상황을 진정시킨 뒤 군용 트럭은 기지로 이동했으나 주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에 해당 장면을 올리면서 논란이 됐다.

해병대 제9여단과 해군 제주기지전대는 "지난달 28∼29일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제주민군복합항 통합항만 방호 훈련 중 부대 외곽 방호를 위해 해병 부대가 출동한 것"이라며 "훈련 목적상 트럭에 타고 병력이 이동 중에 진행하는 사주경계를 한 것으로 당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해병대 제9여단 등은 일부 주민과 활동가들이 군용 트럭을 가로막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월 기지가 준공되면서 갈등이 치유되는가 싶었지만 이후 치러진 4·13 총선에서는 해군의 구상권 청구에 대한 주민 반발이 고스란히 반영돼 여전한 갈등상황을 보여줬다.

2007년 해군기지가 본격 추진되면서부터 갈등 해결에 목소리를 높였던 야당을 향한 민심이 이번 총선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 총선에서 서귀포시 강정마을(대천동 1통)에서는 야당 후보(479표)가 여당(322표)에 17.9%(147표 차) 포인트 앞섰다. 전체 유권자 1천648명 가운데 사전투표를 제외한 투표율은 57.9%(822명)다.

기지 준공 후 갈등을 재발시킨 마을 주민에 대한 해군의 구상권 청구 소송에 대해 제주지역 국회의원 당선인들도 소송 철회를 거들고 나섰다.

강창일 당선인 등 3명은 2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해군 측이 제기한 구상권 청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강정마을 문제 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으며, 이미 준공된 해군기지와 지역주민과의 상생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구상권 청구가 법 절차에 의해 제기된 문제인 만큼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라며 "다만 주민의 환대 하에 기지가 안착될 수 있게 하려면 다양한 민군 상생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해군은 3월 28일 제주기지 공사 지연으로 거액의 손실이 발생한 데 따른 책임을 물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사를 방해한 개인과 단체를 상대로 구상권 행사 소장을 제출했다.

구상권 행사 대상자는 공사 방해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5대 단체 120여명이다. 이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약 34억원에 달한다.

제주해군기지는 2007년 5월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들어설 것으로 결정되면서부터 건설에 대한 찬반 갈등이 심하게 일어왔다.

기지가 완공된 올해 2월까지 연인원 700명에 달하는 마을 주민과 활동가가 반대 시위를 하다 경찰에 연행됐다.

이들이 재판에 넘겨져 부과된 벌금만 현재까지 총 3억7천970만원(392건)이다.

기지 건설 과정에서 마을 주민마저도 찬반으로 나뉘어 심한 갈등의 골이 깊어져 이를 치유하기 위한 진상규명 등의 사업도 계획됐다.

그러나 해군기지 진상 규명과 더불어 정신건강 실태조사, 민형사상 법적 책임 조기 해결 등 강정마을 갈등 해소사업은 한계에 봉착했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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