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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오바마의 '촌철살인' 만찬연설 여덟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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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 ‘달변가’로 통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청중 2600여명을 앞에 두고 또다시 예의 ‘촌철살인’ 유머를 선보였습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만찬(WHCD) 연설에서였습니다. 집권 첫해인 2009년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만찬장에 참석한 오바마 대통령은 만찬 연설만 벌써 8번째네요. 물론 올해가 마지막입니다.

세계일보

102년 역사를 자랑하는 백악관 출입기자단(WHCA)이 1920년부터 열고 있는 WHCD는 워싱턴 정치·언론·연예계 최대 사교행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통령에게는 기자단과 정계 주요 인물, 국민을 향해 정치·사회 등 국정 현안에 대해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입니다. 1924년 캘빈 쿨리지 대통령을 시작으로 미국의 모든 대통령이 잊지 않고 만찬장을 찾는 이유일 것입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주된 풍자 대상은 미국 공화당이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쪽(end of the Republic)은 이보다 더 좋아 보인 적이 없다”면서 “공화당 경선이 너무나 잘되고 있다니 축하한다. 계속 그렇게 진행하시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부동산 재벌 출신으로 경선 과정에서 ‘막말’ 파문에도 선두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대한 공화당의 곤란한 처지를 꼬집은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트럼프 후보를 비꼬기도 했습니다. 그는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가 외교정책 경험이 전무하다고 걱정한다죠?”라며 “솔직히 그는 수년 동안 숱한 세계 지도자들을 만났잖아요. 미스 스웨덴, 미스 아르헨티나 등등”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가 미스USA와 미스 유니버스 등 각종 미인대회(흔히 미스코리아 등을 민간 외교사절이라고 표현합니다)를 주최해온 것을 빗댄 것인데, 참 신랄하죠?

오바마 대통령은 특유의 ‘자학개그’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그는 “머리도 희끗희끗해지고, 이제 사망 선고가 떨어질 날을 세고 있다”며 “지난주 만난 영국의 조지 왕자는 심지어 샤워가운을 입고 나왔다. 외교의전을 완전히 무시하다니,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라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이어 “딱 두 마디만 더 하겠다. 오바마는 간다(Obama Out)”는 말을 남기고 청중의 기립박수 속에 연단을 떠났습니다.

이번 만찬연설은 물론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8년여간 펼쳐온 국정이나 정책에 대한 평가는 크게 갈립니다. 이같은 비판과 논쟁, 대립 끝에 보다 나은 접점을 찾는 게 정치의 본질이고, 민주주의 정신일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내용과 소통 방식은 대체로 권위적이고 딱딱한 모습의 대통령만 봐온 우리로선 부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일보가 뒤늦게 오바마 대통령의 WHCD 명연설 7가지 대목을 정리하는 이유입니다.

■ 2015년 4월 25일

세계일보

"존 베이너 의장이 벌써 네타냐후 총리에게 내 장례식에 참석해 연설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가 이란과 핵협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공화당이 ‘반대파’ 이스라엘 정상에게 상·하원 합동연설 기회를 준 것을 비판하며.

■ 2014년 5월 3일

세계일보

“솔직히 요새는 그것(노벨평화상)을 아무에게나 주니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 문제로 미국 등 서방과 갈등을 빚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3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것을 꼬집으며.

■ 2013년 4월 27일

세계일보

“집권 2기에는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미셸의 비법을 하나 빌렸다.”

-2기 취임식 때 일부 패션 비평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던 미셸 오바마의 뱅 스타일 앞머리와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선보이며.

■ 2012년 4월 28일

세계일보

“살인적인 의사 일정 가운데 이 자리에 참석해 준 의원들에게 특별히 감사의 뜻을 전한다.”

-오바마케어 등 정부의 주요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은 다수당 공화당을 비판하며.

■ 2011년 4월 30일

세계일보

“아마도 그는 앞으로 (미국의) 달착륙이 실제 있었던 일인지 등에 대해서도 따지고 들 것.”

-자신의 출생증명서 공개를 촉구해 화제를 모았던 도널드 트럼프는 이슈를 만들어내는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갖췄다’고 비꼬며.

■ 2010년 5월 1일

세계일보

“오늘 나의 모든 농담은 골드만삭스 제공입니다. 여러분이 웃든 말든 골드만삭스는 돈을 법니다.”

-‘월스트리트의 황제’ 골드만삭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사기혐의로 피소된 것을 겨냥해.

■ 2009년 5월 9일

세계일보

“클린턴은 멕시코에서 돌아오자마자 나를 끌어안고 키스를 퍼부으면서 직접 가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힐러리 클린턴 의원과의 사이가 여전히 껄끄러운 이유는 그녀가 신종플루 발생 지역에서 돌아온 뒤 자신에게 키스했기 때문이라고 농담하며.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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