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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모르쇠' 옥시, 떠밀리듯 사과…"진정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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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프달 대표 "보상안 마련 위해 7월까지 독립 운영 패널 구성"

"악화된 여론·검찰 조사 등에 마지 못해 한 사과에 진정성 있겠나"

뉴스1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옥시레킷벤키저 대표 등 8명의 이사진 형사고발 기자회견에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2016.5.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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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백진엽 기자 =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고 이후 검찰 조사 착수와 다른 업체들의 사과에도 꿈쩍 하지 않던 옥시가 결국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번 사과가 불매운동까지 확산될 정도로 악화된 여론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하게 됐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대표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사프달 대표는 이어 "조속하고 공정한 보상안을 위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전문가 패널을 오는 7월까지 구성하고 피해자들과 협의해 최종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모르쇠' 일관하던 옥시, 상황 악화되자 떠밀리듯 사과

이같은 옥시의 사과와 대책에 대해 여론은 냉담한 반응이다. 마지못해 한 사과이기 때문에 진정성이 없다는 평가다.

옥시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고가 터진 후 이날까지 어떤 사과도 없었다. 2013년 국감장에서 인도적 기금 50억원을 내놓겠다고 한 것이 전부였다. 당시에도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아닌 인도적 기금임을 강조해 비난을 받았다.

이후 최근들어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롯데마트 등 다른 업체들이 사과와 보상책을 들고 나옴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많은 언론들이 옥시의 입장을 묻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결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무대응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고, 불매운동까지 일어나자 옥시는 결국 공식석상에 나서 사과와 보상대책을 밝혔다.

때문에 상황이 악화되자 떠밀리듯 사과를 한 것이고 진정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이 강하게 항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피해자들은 "이제 와서 뭐하는 거냐"면서 고성을 지르거나 "아이들 살릴 수 있어요? 사과를 그렇게 쉽게 함부로 하시는 거 아니에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최승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연대 대표는 "제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8개월 만에 사망했다. 5년이 지나서 사과를 한다는데 용납할 수가 없다"며 "옥시가 대한민국에서 철수하고 폐업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옥시의 사과를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옥시 영국 본사 임직원들을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5년간 사과 대신 책임회피에만 급급…분노 키웠다

게다가 그동안 옥시의 행보 역시 이날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옥시는 사고 발생 이후 책임 회피에만 몰두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우선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직원들의 이메일을 삭제하는 등 조직적인 증거 인멸 정황이 포착됐다. 또 기존 법인을 유한회사로 바꿨다. 이는 사고 발생 당시 법인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묻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도 이 문제가 불거졌다. 사프달 대표는 "검찰 수사를 통해 잘못된 행위가 밝혀진다면 회사 강령에 따라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며 "잘못에 대해 책임지는 부분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인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설명하지 않고, 단지 "책임지겠다"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법인 전환에 대한 의혹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에게 어떤 사과와 보상도 부족하다"며 "사고 발생 이후 진정성 있는 사과 대신 돈으로 무마하려 했던 옥시의 태도는 피해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5년간 '모르쇠'로 일관하다 검찰 조사와 불매운동 등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되자 사과를 한 것이기 때문에 진정성이 의심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idea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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