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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신동민 셰프의 푸드오디세이] 스페인의 대표 전통음식 ‘파에야’…찐득하게 눌어붙은 밥알 긁어먹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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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열의 나라 스페인. 스페인이야말로 정말 축복받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비옥하고 너른 땅, 뜨거운 햇살 덕분에 농업이 발달한 스페인에는 온갖 종류의 식자재가 풍부하게 넘쳐난다. 때문에 음식이 다양하게 발달하고, 세계적인 미식의 나라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처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싱싱하고 감칠맛 나는 해산물 요리도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꼭 맛봐야 할 것이 있다. 태양처럼 강렬한 황금빛으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파에야다.

파에야는 지중해의 맛과 향이 물씬 나는 스페인의 전통음식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명한 파에야 전문 식당은 대부분 항구 도시나 해변 가까이에 몰려 있다.

파에야는 지역이나 식당, 집안의 가문에 따라 각각 다른 내력과 요리법을 자랑한다.

본고장은 바다에 가까운 곳이자 쌀 생산지로도 유명한 발렌시아 지방이다. 이곳에서는 특히 해산물 파에야가 유명한데 황금빛이 도는 노란 쌀밥 위에 새우, 홍합, 오징어 등 갖가지 해산물을 올려 보기만 해도 푸짐하고 먹음직스럽다. 그러나 1840년경 맨 처음 나온 파에야는 쌀과 녹색채소, 토끼, 닭과 오리고기, 콩 등을 섞어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도 발렌시아에서는 이런 원조 형태의 파에야를 내는 음식점이 종종 있다. 처음에는 고기가 중심이었지만 지중해 연안을 중심으로 해산물을 듬뿍 넣은 파에야가 완성됐고 20세기 이후 스페인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매경이코노미

파에야는 넓고 얕은 팬에 조리하는데 사프란으로 양념하기 때문에 향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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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에야의 기본 재료는 채소와 육류, 해산물, 그리고 쌀이다. 넓고 얕은 팬에 조리하는데 사프란이나 토마토, 마늘, 고추 등으로 양념하기 때문에 향이 독특하다. 파에야 특유의 노란색은 향신료 가운데 가장 비싸다는 사프란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사프란은 꽃 속에 든 암술을 말려 사용하는데, 따듯한 물에 작은 암술 몇 개만 넣어도 금세 말간 노란빛이 우러나온다. 그러나 가격이 워낙 비싸 일반 식당에서는 강황이나 안나토 등 비슷한 색을 지닌 향신료로 대체하기도 하고 식용색소를 쓰는 집들도 많다.

올리브오일에 고기나 해산물 등을 넣고 쌀을 볶다 육수를 부어 약 30분 정도 끓여 만든다. 파에야의 쌀은 우리의 부드럽게 익은 밥과는 차이가 난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페인에서 파에야를 먹을 때 쌀이 좀 덜 익었다고 오해할 수 있다. 그런데 덜 익힌 그 맛에 한번 길들여지면 계속 그 맛만 찾게 된다. 예를 들어 냄비밥이나 가마솥밥을 먹어본 사람들이 줄곧 그 밥맛만을 더 고집하듯.

필자가 처음으로 바르셀로나로 여행 갔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식재료가 매우 다채로운 데다 가격이 아주 저렴하다는 것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맛난 음식을 먹고 싶어 이 집 저 집 가게 앞의 사진 메뉴판을 뚫어져라 봤다. 바르셀로나 식당 앞에 전시된 요리 사진 중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파에야였다. 그만큼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인기가 있다는 뜻 아닐까. 그러나 시내 중심가 식당에서 파에야를 정말 맛있게 요리하는 곳은 드물다고 한다. 제대로 된 파에야를 먹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고 예약하는 정성을 들여야 한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점심시간에 50% 할인하는 가게들이 많다. 이게 웬 횡재냐 하며 타파스 전문점에 먼저 들어가 먹어보니 우리 입맛에 잘 맞는 데다 직원들이 매우 친절해 식사시간이 즐거웠다. 점심이 할인되는 만큼 한 끼만 먹기 아까워 두 번째 식사로 파에야를 먹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그때는 주머니가 가벼웠던 학생 시절이었기에 저렴한 가격에 스페인의 다양한 맛을 보고 싶었나 보다.

근처 해변 이곳저곳 많은 레스토랑에서 파에야를 팔고 있었는데 일단 책자를 보고 유명하다는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레스토랑 직원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제일 맛있어 보이는 파에야를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니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이베리코햄이 필자를 유혹했다. 관광지기에 식당에는 동양인도 많았다. 같은 메뉴를 시켜 맛있게 먹고 있는 옆 테이블의 한국 사람들을 보니 순간 여기가 한국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래저래 30분 정도 지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파에야가 나왔다. 일단 큰 사이즈에 놀랐고 다양하게 올린 해산물에 침샘이 자극됐다. 일본 유학 시절 파에야를 한 번 먹어보고 두 번째 파에야를 스페인 현지에서 맛보는 거라 마냥 즐거웠다. 먼저 새우를 손으로 까서 먹고 스푼으로 밥을 한 숟갈 떠서 입에 넣는 순간 생선과 조개 등의 맛이 얼마나 담백하고 맛있던지! 그리고 마늘 향과 사프란 향이 은은히 풍기는데, 해산물의 감칠맛과 향이 너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입안이 행복했다.

▶현지에서 먹을 땐 ‘소금 아주 조금만 넣어달라’고 요청해야

일본의 파에야와 비교해보면 일본 파에야는 조금 달짝지근하면서 조미료를 넣었는지 혀에 착착 감기는 맛이 강했고 스페인의 파에야는 일단 맛이 은은하면서 담백했다. 또 재료 하나하나의 맛을 잘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자연이 주는 맛을 그대로 전해주는 파에야를 먹고 힐링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타파스를 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파에야를 바닥까지 깔끔하게 비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다. 외국 여행 중 따듯한 밥 한 끼를 그리워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따끈하고 고소한 파에야는 분명히 별미다. 그런데 짠맛을 싫어하는 분이라면 파에야를 주문할 때 ‘싱겁게’ ‘소금을 아주 조금만 넣어달라’고 당부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파에야를 끝까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처음 스페인 오리지널 음식을 먹어본 한국 사람들의 공통적인 의견이 음식이 대체적으로 좀 짜다는 것이다. 특히 햇살이 강하고 겨울에도 포근한 기온을 유지하는 지중해 음식은 더 짜다.

지금도 가끔 파에야가 생각나면 해산물 스톡에 로제소스를 넣어 만들어 먹는다. 비싼 사프란 대신 카레를 조금 넣어주면 우리 입맛에 더 잘 맞는 것 같다. 전통적인 파에야처럼 노란색의 파에야를 원한다면 강황을 조금 추가해도 좋다. 색도 노랗게 고와지고 향도 좋다.

우리가 음식을 통해 서로 정을 나누고 마음의 벽을 허무는 것처럼 스페인 사람들도 음식에 이런저런 의미들을 부여한다. 개인 접시에 담아온 음식만 깔끔하게 먹는 서양식 식사 에티켓에 비춰볼 때, 스페인 사람들의 식사 방법은 우리와 닮은 구석이 참 많다. 특히 파에야는 더 그렇다. 커다란 프라이팬에 각종 재료를 넣어 만든 후 접시에 덜어 나눠 먹는다. 가족이나 친한 사람끼리 먹을 때는 프라이팬 바닥에 찐득하게 눌어붙은 밥알을 숟가락으로 벅벅 긁어 먹기도 한다. 누룽지처럼 꾸덕해진 파에야야말로 별미 중의 별미다.

그래서 스페인 음식 중에서도 파에야를 제일 좋아한다. 이렇게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커다란 프라이팬에 담긴 음식을 나눠 먹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 민족과 비슷한 정 문화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신동민 셰프의 Cooking Tip

미트소스 해산물 파에야

재료 : 홍합 10개, 모시조개 10개, 새우 5마리, 다진 마늘 1큰술, 퓨어올리브오일 적당량, 밥 1공기, 파마산 치즈가루·파슬리가루 적당량씩

소스 : 시판용 미트소스 200g, 토마토주스 150g, 카레가루·태국고춧가루 1작은술

만드는 법

➊ 해산물은 깨끗이 손질한다.

➋ 프라이팬에 퓨어올리브오일을 두른 후 먼저 마늘을 넣고 살짝 볶다가 해산물을 넣어 함께 볶아 익으면 꺼내 둔다.

➌ ➋의 팬에 소스를 넣고 살짝 끓인다.

➍ 둥근 오븐 팬에 ➌의 소스를 조금 붓고 밥을 펴 담는다. 밥에 해산물을 꽂고, 남은 소스를 부은 뒤 200도로 예열한 오픈에 넣어서 5분간 익힌다.

➎ 완성된 파에야를 꺼내서 그 위에 마무리로 파마산치즈가루와 파슬리가루를 뿌려서 완성한다.

파에야 크로켓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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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 홍합 5개, 새우 2마리, 다진 마늘 1큰술, 퓨어올리브오일 적당량, 밥 1공기, 파슬리가루 적당량, 계란·밀가루·빵가루 적당량

소스 : 시판용 미트소스 150g, 토마토주스 50g, 태국고춧가루 1작은술

만드는 법

➊ 해산물은 깨끗이 손질한다.

➋ 프라이팬에 퓨어올리브오일을 두른 후 먼저 마늘을 넣고 살짝 볶다가 해산물을 넣어 함께 볶아 익으면 꺼내 둔다.

➌ ➋의 팬에 소스를 넣고 살짝 끓인다.

➍ 밥에 ➌의 소스를 조금 넣어서 버무린 후 주먹밥 모양으로 잡고 밀가루, 계란, 빵가루 순서대로 묻혀서 170도 되는 기름에 튀겨낸다.

➎ 접시에 소스를 붓고 파에야 크로켓과 홍합, 새우를 담은 후 그 위에 마무리로 파슬리가루를 뿌려서 완성한다.

[신동민 슈밍화미코 오너 셰프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55호 (2016.04.27~05.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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