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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밀렵과의 전쟁' 나선 케냐, 사상 최대규모 상아 105t 소각(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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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8천마리분에 1천140억원 상당…'코끼리 보존' 阿4개국 회의도

연합뉴스

불타는 상아더미 주변을 지키는 케냐 공원 관리원[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케냐 정부가 최근 압수한 105t 규모의 코끼리 상아를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소각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는 사상 최대 규모로, 상아 불법 거래 단절에 대한 케냐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려는 조치이다.

이날 오후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이 아프리카 지도자들과 유명 인사 수십 명 앞에서 상아 1만6천개를 쌓아올린 11개 더미에 불을 지르자 하얀 연기가 뭉게 뭉게 피어올랐다.

수도 나이로비 근교 국립공원에서 열린 이번 소각 행사에만 수천 ℓ의 디젤과 등유가 강철 관을 통해 투입됐다. 죽은 코끼리 8천 마리에 해당하는 상아를 태우는 데에는 며칠이 걸린다. 이 자리에는 밀렵된 코뿔소 340마리에 해당하는 코뿔소 뿔 1.35t도 함께 소각됐다.

AFP는 "암시장에서 이 정도 규모의 코끼리 엄니는 1억 달러(1천140억원) 이상을 호가하며 코뿔소 뿔은 8천만 달러 상당"이라며 "상아는 아시아에서 ㎏당 1천 달러이고, 코뿔소 뿔은 ㎏당 6만 달러로 금이나 코카인보다 비싸다"고 전했다.

케냐타 대통령은 소각에 앞서 "우리 앞에 있는 높은 상아 더미는 우리의 굳은 결의를 보여준다"면서 "상아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 봉고 가봉 대통령도 상아 더미 한 곳에 불을 지르면서 "우리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이 위대한 동물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는 1970년대만 해도 120만 마리의 코끼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45만∼50만 마리로 급감했고 그나마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의 상아 수요를 위해 해마다 3만 마리 이상이 밀렵꾼 등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아프리카 코끼리의 절반 이상이 서식하는 케냐, 우간다, 보츠와나, 가봉 등 4개국은 코끼리 보호를 위해 '자이언트 클럽'을 결성하고 이번 소각 행사에 앞서 지난달 28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정상회담을 열었다.

그러나 케냐 현지 언론은 1989년에 처음으로 상아 더미를 공개 소각한 이래 아직도 상아 밀렵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면서 상아 밀거래를 둘러싼 부패 고리를 끊지 않는 한 밀렵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밀렵 단속도 중요하지만 창의적 접근도 필요하다면서 "토지 이용을 놓고 목장과 경쟁 관계에 놓인 코끼리 보호구역을 보존하기 위해서 케냐 중부 로이사바 보호구역(227㎢)에서는 현지 목장주로부터 소 떼를 사들여 살찌운 다음 중간상을 거치지 않고 도살업자에게 팔아 그 이익을 목장주와 보호구역사이에 나눈다"고 소개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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