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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답합 과징금에 손해배상까지…두번 우는 '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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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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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현실화…최저수익 보장해야"

'확정가격 최상제안 방식' 대안으로 부상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건설사들이 자정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데 2009년에 담합한 내용을 마치 최근에 한 것처럼 비치는 것은 좀 아쉽습니다."(A건설사 관계자)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을 앞두고 이란 시장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 시기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대적으로 발표한 게 이해가 안 됩니다. 경쟁국가가 악의적으로 활용할까봐 두렵습니다."(B건설사 관계자)

"과거에는 과징금만 부과됐는데 요즘은 발주처에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징금과 손해배상으로 2번이나 두들겨 맞다 보니 건설사들의 재정 상태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입니다."(대한건설협회 관계자)

건설업계가 정부의 잇따른 담합 규제로 충격에 휩싸였다. 과징금과 입찰제한 등 추가 징계가 이어지면서 기업 경영에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담합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담합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제도적인 한계와 정치논리, 국가 예산 절감을 위한 위해 가격 중심의 낙찰방식에 대한 언급 없이 건설사들의 잘못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세금 누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징금 규모가 큰 건설업계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건설사들은 39건의 입찰담합과 관련해 공정위로부터 1조6978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지난 20일에는 검찰이 평창동계올림픽 기반시설 구축사업인 '원주~강릉 고속철도 공사'에 참여한 건설사들을 압수수색하면서 앞으로 과징금 액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정부의 담합조사가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은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국내 공공 발주 물량 감소와 해외 수주 여건 악화로 매출액 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과징금까지 더해지면서 일부 건설사는 당기순이익이 20% 이상 줄어들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과징금 이외에도 지방자치단체나 발주기관에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본격화하면서 건설업계의 직·간접적인 피해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실제 서울시는 담합행위로 2008년 과징금이 이미 부과된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공사와 관련해 12개 대형 건설사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에서 법원은 해당 건설사들에 270억원을 배상하라며 서울시 손을 들어줬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현재 총 32개의 재판이 진행 중이며 대부분이 1심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1~2년 후 대법원에서 최종판결이 나오면 기존에 낸 과징금 규모를 뛰어넘는 손해배상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중견 건설사의 경우는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최근 부과된 과징금 대부분은 과거 5~7년 전에 발주된 공사"라면서 "지난해 광복 70주년 행정제재 해제 특별조치를 계기로 건설사들이 깊이 반성하고 있고, 업계 차원에서 사회공헌 재단 설립 등 자정 노력을 하면서 최근 3년 동안은 담합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은 과징금 한도액을 전 세계 매출액의 10%로 매기고 있다. 미국은 관련 매출액의 20%, 영국과 독일, 프랑스는 전 세계 매출액의 10%다.

반면 일본과 한국은 관련 매출액의 10%로 규정하고 있어 전 세계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유럽에 비해서는 적은 금액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중복 규제 시스템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과징금 액수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국내는 건설산업기본법·공정거래법·형법·국가계약법 등으로 건설사들이 이중삼중 처벌을 받고 있다. 부정당업체로 지정되면 일정 기간 정부가 발주하는 모든 공공공사 입찰 참여가 금지된다. 해당 임원은 처벌도 받는다.

조 본부장은 "일반적으로 과징금은 부당이익을 기준으로 산출되는데 현재 공정위의 산출 기준이 모호해 입찰을 통해 얻은 부당이익보다 더 많은 금액을 과징금으로 매기는 경향이 있다"면서 "해외의 경우는 과징금과 손해배상금을 동시에 내야 할 경우 일부 감면해 주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담합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더불어 공공 발주 공사의 공사비 현실화를 통해 최저수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저가 낙찰방식의 대안으로 올해부터는 공공기관이 발주한 300억원 이상 공사에서 낙찰금액이 아닌 공사 수행능력과 사회적 책임 등을 고려한 종합심사낙찰제가 시행된다.

전문가들은 기준을 여러 개로 분산시켰지만 여전히 가격 비중이 높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에 설계능력과 기술력 비중을 대폭 높인 '확정가격 최상제안 방식'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제2경부고속도로로 불리는 서울~세종고속도로 사업장에서 확정가격 최상설계 방식으로 입찰공고를 낸 13·14공구는 복수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다. 반면 일괄수주(턴키) 방식으로 공고를 낸 11·12공구는 저가수주 경쟁으로 실행 대비 수익성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로 유찰됐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정부의 잦은 설계변경과 공기 단축 요구로 야간 근무까지 늘리면서 오히려 적자를 봤는데 과징금까지 냈다"면서 "정부가 책정한 입찰 예정가가 과도하게 낮거나 내키지 않는 사업임에도 정권이 요구한다면 손해를 보고서라도 들어갈 수밖에 없다 보니 입찰담합이 쉽게 없어지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km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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