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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S 스토리] 결혼식도 ‘DIY 시대’… 겉치레 걷어내고 실속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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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결혼식’ 인기몰이

세계일보

서울 청담동의 한 웨딩컨설팅 업체를 찾은 예비신부 김효주(28)씨는 웨딩플래너 A씨가 건넨 예산 산출표를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예상보다 훨씬 복잡한 품목과 그에 따른 지출 비용에 입이 떡 벌어졌다. 하객 1인당 3만∼5만원대 식대부터 250만∼300만원이 드는 일명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웨딩드레스, 메이크업) 웨딩패키지’에 기타 부대용품까지 총 20∼25가지 항목이 나열됐다.

결혼식 준비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웨딩패키지는 ‘리허설용(식전 예행연습 및 촬영)’과 ‘본식용’으로 나뉜다. 먼저 결혼식장에서 입을 드레스(3∼5가지)를 고르면 ‘드레스 투어’에 나서야 한다. 김씨가 드레스를 선택하자 웨딩플래너는 다음 절차에 대해 설명한다. “드레스숍 한 곳당 착용비 3만∼5만원, 사진 촬영 시 도우미 비용 20만원을 생각해야 하고 사진 원본 컷들을 받는 데 20만∼30만원이 드는데 이건 꼭 해야 합니다.”

품목별 결혼비용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A씨의 설명은 김씨의 혼을 쏙 빼놓았다. 김씨는 “수백만원대의 드레스를 수 벌씩 빌리고 두꺼운 사진 앨범을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나라는 결혼이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돼 버린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작은 결혼식’으로 비용 절감

현대백화점은 최근 무역센터점에 스몰&셀프웨딩 전문매장 ‘내가 꿈꾸는 셀프웨딩의 모든 것’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백화점 업계에서 스몰&셀프웨딩 전문매장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팝업 스토어에서는 판매, 체험, 상담이 가능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22일 “직접 DIY(Do It Yourself) 웨딩을 구상하는 고객들을 위해 웨딩드레스(19만∼38만원), 웨딩 구두(5만∼8만원), 부케(4만5000원), 생화케이크(5만∼8만5000원) 등 소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말했다.

오는 6월 결혼을 앞둔 심희진(30·여)씨는 “고가의 드레스숍 제품 못지않은데 대여는 6만원대부터, 구매는 20만∼30만원대면 가능하다”며 “온라인쇼핑몰에 들어가면 종류도 많아 선택의 폭도 넓다”고 만족해했다. 인터넷쇼핑몰 인터파크도 소비자와 웨딩업체 간 직거래 방식을 도입한 ‘인터파크 웨딩서비스’를 지난 26일 시작했다. 결혼 관련 상품을 총망라해 검색부터 예약까지 한 번에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직거래인만큼 상품별 단가를 공개하고 개별 예약이 가능해 패키지 이용의 부담을 덜도록 했다.

세계일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마련된 ‘내가 꿈꾸는 셀프웨딩의 모든 것’ 팝업스토어를 찾은 시민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정부·공공기관도 결혼문화 개선 나서


정부도 작은 결혼식 확산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여성가족부는 ‘작은결혼정보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시행 중인 온라인 일대일 상담에 더해 작은 결혼식을 희망하는 예비부부에게 더욱 구체적인 도움을 주고자 5월부터 오프라인 상담도 진행한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최근 작은 결혼식 관련 대표들과 만나 “젊은이에 부담 없는 결혼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작은 결혼식 확산을 위한 정부의 정책을 설파했다. 5월부터 현직 웨딩플래너 등이 참여하는 30명 규모의 ‘작은 결혼식 재능기부 전담팀’을 가동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가 작은 결혼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결혼비용의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웨딩컨설팅 듀오웨드가 최근 기혼자들을 대상으로 ‘결혼비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비용은 총 2억7420만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혼부부 결혼자금 용도별 금액은 △주택 1억9174만원 △예식장 2081만원 △웨딩패키지 344만원 △예물 1826만원 △예단 1832만원 △혼수용품 1628만원 △신혼여행 535만원으로 집계됐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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