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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취재파일] 잠자는 전기차 충전소…관공서가 으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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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소 위치선정 어떻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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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가 싸고 배출가스에 의한 공기오염 걱정도 없는 전기차는 차세대 친환경 차량으로 주목을 받고있습니다. 게다가 차를 살 때 지원금까지 줘 큰 가격부담 없이 휘발유나 경유차 값이면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특혜를 주는데도 왜 전기차 구입을 망설일까? 완전 충전후 140-150km에 이르는 짧은 주행거리와 충전의 불편문제 때문이 가장 큰 망설임의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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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방식은 완속충전과 급속충전 두 가지인데, 완속충전은 집에서 5-6시간 걸려 충전하는 방식이고
급속충전은 주유소처럼 일정한 지점에 현재 정부가 설치하고있는 충전소에서 30분이면 완전충전이 가능합니다. 그동안 무료였던 급속충전 요금은 지난4월11일부터 kWh당 313원씩 받고 있습니다.

급속충전기가 설치돼 있는 경기도 안성시청을 찾아가 봤습니다. 정문에서 꽤 떨어진 곳에 설치된 충전기는 얼마나 오랫동안 이용하는 사람이 없었는지 사람 손길이 닿을만한 곳곳마다 먼지를 뒤집어 썼습니다. 시청소유 공무용 전기차는 1대도 없고, 민원인들도 충전시설이 있는지조차 잘 몰랐습니다. 충전소 이용률이 당연히 떨어질수밖에 없겠다 싶었습니다. 이곳의 충전소 이용실적을 살펴보니 지난해 6개월간은 단 1회도 충전을 하지 않았고 나머지 6개월 기간에도 한 달에 10회 이상 충전을 한 것은 9월과 11월 두 달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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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관공서인 경북 영천 북안면사무소의 충전시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급속충전기는 찾는 발길 없이 놀고 있었습니다. 이곳을 이용하는 전기차는 근처 공장 소유의 전기차 1대가 고작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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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충전기 이용실적을 살펴보니 단 1회도 이용을 하지 않은 달이 무려 일곱 달이나 됐습니다. 지난해까지 전국에 설치된 급속충전기는 337기입니다. 한 기당 설치비는 7천만 원 가량 합니다. 설치는 환경공단에서, 유지 관리는 자동차환경협회에서 하고 있습니다. 급속충전기 337기의 지난해 1년간 이용실적을 조사해보니 6개월간 이나 단 한차례 충전을 하지않은 곳이 전체 10% 가량인 47곳이나 됐습니다. 이 가운데 36곳은 관공서에 설치된 것입니다. 1년 중 절반은 무용지물처럼 방치된 것입니다.

가장 적게 이용한 곳은 정부 중앙청사 별관과 본관, 울산시청에 설치된 충전기로 1년 중 딱 한 달만 사용했고, 나머지 11개월은 놀렸습니다.

반면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 설치된 충전소 61개 중 51개소는 지난해 1년 동안 충전기를 이용하지 않은 달이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나머지 10개소 중 9개소도 불과 1개월만 이용 실적이 없고, 이마트 포항점 충전소 1곳만 1월부터 4월까지 찾는 이가 없었습니다. 결국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곳의 충전소는 이용률이 높고, 그렇지 못한 관공서 등의 경우 현저히 사용실적이 낮았습니다. 게다가 충전소가 있지만, 공무용 전기차조차 없으니 이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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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전기차 보유 거점 지역별로 급속충전기를 설치했다고 하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지난 2011년 이후 전국에 공급된 전기차는 지난해 기준 5천767대입니다. 17개 자치단체별로는 제주가 2천368대로 가장 많고, 서울 1천316대, 전남 371, 경남 319, 경기 281, 경북 216, 부산 211, 광주 193, 충남 132, 강원 82, 대구 72, 인천 67, 울산 51, 충북 28, 전북 27, 대전 25, 세종 8대 순입니다.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전기차 구입 보조금 지급 여부 때문입니다. 전기차 구입보조금은 국비와 지방비를 더해서 지원되고 있는데 올해 국비의 경우 대당 1천2백만 원 수준이고 지방비는 1백50만 원에서 최대 9백만 원씩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지방비 보조금을 주지않는 자치단체도 인천, 대전, 세종, 충북, 충남, 전북 등 6곳입니다. 이들 자치단체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전기차가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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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 충전기 수는 제주 49, 서울 40, 전남 31, 경남 29, 경기 56, 경북 28, 부산 15, 광주 9, 충남 17, 강원 13, 대구 4, 인천 11, 충북 13, 전북 15, 대전 2, 세종 1기 순으로 설치됐습니다. 전기차가 많이 보급된 제주와 서울의 전기차 대비 급속충전기의 비율은 각각 49와 40대 1이지만, 충북과 전남의 경우 전기차 2대당 충전기 1대 꼴로 엇박자를 보였습니다. 물론 제주의 경우 주행지역이 좁은 점을 감안할 수 있지만 다른 자치단체의 경우 이해가 안 되는 충전시설 보급실태입니다.

고속도로의 경우도 호남과 영동의 경우 각각 2개소에 불과합니다. 서해안 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의 경우 각각11개, 12개씩 설치돼 있지만 역시 이용률은 낮습니다. 그외 나머지 고속도로에는 충전기가 아예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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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8천 대를 추가 공급하고, 충전시설도 150기 더 세우기로 했습니다. 2020년까지 장기 계획을 보면 전기차 20만 대, 충전소 1천400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과 청정공기를 위한 전기차 보급 확대에 다른 소리 할 사람은 없겠지만 전기차를 몰고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는 기반시설의 확충은 좀더 정교하게 다듬어져야 할 것입니다. 용역 결과를 받아 설치만 하지말고 점검과 후속 평가를 통한 보완이 필요합니다. 수요자 눈높이의 맞춤형 행정이 큰 공감을 불러옵니다.

[이용식 기자 ys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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