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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가위바위보 하든 사다리 타든 2명은 동의서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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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부발전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위해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동의서를 내라고 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조기 도입 시한을 4월로 정한 데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6월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열어 기관별로 성과연봉제 확산 성과를 보고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공기관들의 무리수가 잦아지고 있다.

29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녹취록을 보면, 중부발전 서울화력본부 운영실장 김모씨는 지난 18일 발전운전제어실에서 직원들에게 “각 과에서 차장 빼고 7명인데 2명은 가위바위보를 하든, 사다리를 타든 (취업규칙 변경안) 동의서를 써달라”며 “저와 근무하지 않고 싶은 분들은 알아서 하라”고 말했다. 중부발전이 지난 11일부터 25일까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바꾸려고 개별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가 벌어진 것이다. 김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 지고 어때요? 다음날 노르웨이 총리 만나서 노동개혁 한다고 했다”며 “(변경안 부결에 따라) 플랜B로 가면 여기 계신 분들 봉급 엄청 깎이는데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회사 압박에도 불구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안은 찬성률 49.6%(회사 측 집계)로 부결됐다.

이에 회사는 지난 27~28일 ‘급여성 성과급’이라는 항목을 신설해 성과연봉 차등폭을 확대하는 2차 도입안에 대해 의견수렴 절차만 거쳐 이 안을 이날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공공운수노조 발전노조와 중부노조로 구성된 중부연합노조 측은 “회사가 일방 도입한 2안도 직원 상호 간 이익이 충돌하기 때문에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남동발전뿐 아니라 한국전력에서 분사된 다른 발전회사(동서·서부·남부·남동발전)에서도 도입안이 모두 이사회를 통과했다. 동서발전을 제외하곤 노동자 동의 없이 도입이 결정됐다.

한전의 경우 지난 22일 조합원 찬반 투표장에 간부들이 와서 투표 과정을 지켜봤다는 증언이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에서 나오고 있다. 부산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도 지난 27일과 28일 각각 노사합의 없이 성과연봉제 도입이 이사회에서 의결됐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싸고 금융권 노사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전날 산별중앙교섭이 최종 결렬되면서 금융노조는 쟁의행위에 돌입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추진 점검회의(3차)를 열고 “28일 현재 120개 공공기관 중 40개 기관이 노사합의 또는 이사회 의결 등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은 “미이행 기관에 대한 인건비 인상률 삭감 등 페널티 방안을 5월 중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공공노련은 “노동자 동의 없이 이사회를 열어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바꾸면 명백히 불법이지만 공공기관들은 경쟁적으로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환·선명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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