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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수영 영웅을 살릴까, 약물 원칙을 지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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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박태환, 동아 수영 4관왕… D-97 리우올림픽 출전 허용 논란 재점화

- "약물이라도 이중 처벌은 안 돼"

국제수영연맹 징계 끝났는데 한국이 대표 출전 막는 건 부당

"수영 영웅에 기회를" 동정론

- "약물 복용엔 無관용의 원칙"

규정은 규정이라는 대한체육회 "한 사람을 위해 바꿀 수는 없어"

"성적만 좋으면 용서되나" 반박

지난 2014년 9월 금지 약물 검사에서 적발돼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동안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박태환(27)은 지난 3월 2일 징계가 종료됐다. 하지만 '도핑 규정 위반 선수는 경기 단체에서 징계를 받은 후 3년 동안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 규정으로 현재 박태환은 100일이 채 남지 않은 리우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조선일보

수영 영웅을 구제해야 하나, 약물 복용을 엄벌해야 하나. 박태환이 29일 막을 내린 동아수영대회에서 4관왕을 차지하면서 그의 리우올림픽 출전 허용에 대한 찬반양론이 불거지고 있다. 25일 동아수영대회 남자 자유형 1500m에 출전한 박태환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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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해당 규정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하며 박태환을 둘러싼 논쟁은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박태환이 29일 끝난 동아수영대회에서 남자 일반부 자유형 1500m, 200m, 400m, 100m를 모두 석권하면서 그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선전한 박태환을 두고 "리우올림픽에 출전시켜 줘야 한다"는 쪽과 "규정대로 대표에 선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이중 처벌" 對 "약물 근절 노력"

박태환을 옹호하는 쪽은 '징계 종료 후 3년간 국가대표로 선발 금지' 규정이 '이중 처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그 근거로 2011년 10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결정을 든다. 당시 미국올림픽위원회(USOC)는 '도핑으로 6개월 이상 자격정지를 받은 선수는 정지 기간이 만료돼도 다음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고 명시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이른바 '오사카 룰'이 부당하다고 중재를 요청했다. CAS는 "이는 이중 처벌이므로 무효(invalid)이며 더는 적용할 수 없다(unenforceable)"고 결정했다. 결국 IOC는 해당 규정을 없앴고, 각국 올림픽위원회(NOC)에도 이 규정의 무효 결정에 대해 통보했다. 문제는 CAS의 이 결정이 개별 국가 NOC에 강제력이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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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는 해당 규정이 IOC가 강조하는 '약물 근절 의지'를 담은 것이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체육회 조영호 사무총장은 본지 통화에서 "CAS나 IOC는 각 국가의 자치 원칙도 광범위하게 인정한다"며 "권고 사항은 각 국가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 총장은 "박태환은 이중 처벌을 받은 것이 아니라 '강력한 처벌'을 받은 것이다. 이는 약물 복용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따르는 국제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 대한체육회는 CAS의 결정과 IOC의 권고를 파악한 이후인 2014년 7월에 해당 규정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기회 한 번 더 줘야" 對 "형평성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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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 경영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겸한 동아수영대회에서 남자 선수 가운데 박태환만이 FINA가 정한 A기준 기록을 통과하면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2008 베이징)인 수영 영웅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왜 외국에도 없는 가혹한 규정을 우리나라가 굳이 우리 선수에게 적용해야 하느냐" "수영 불모지에서 선구적 성과를 낸 공도 고려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지난 28일 박태환도 동아수영대회 출전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올림픽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의 현재 입장은 확고하다. 대한체육회는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을 지켜야 한다"며 "한 선수(박태환)를 위해 규정을 바꿀 수 없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태환 옹호 의견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도 "약물을 복용했더라도 성적만 올리면 다 용서되는 거냐" "메달보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반박한다.

박태환이 리우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남은 시간은 3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 오는 7월 18일엔 리우올림픽 최종 엔트리가 마감된다. 시일이 급박한 만큼 박태환 측이 직접 CAS에 중재를 요청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국내 유일의 CAS 심판위원인 박진원 변호사는 "박태환이 최종적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된 후 이의를 제기한다면 대한체육회도 CAS로 가는 것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대한체육회는 '자치의 원칙'을 들어 항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CAS에서 박태환과 대한체육회가 법리 공방을 벌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박태환을 지도하는 노민상 전 국가대표 감독은 본지 통화에서 "CAS에 중재를 요청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대한체육회가 규정을 바꿔 선처해 주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석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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