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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일본의 경단女들 다시 일터로… '아라히후'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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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취업자 3년새 50만명 증가

대학교 나온 고학력자 많고 신입보다 교육기간 짧아 인기

유연 근무제 내걸고 러브콜도

조선일보

지난달 일본 도쿄 아사히 맥주사(社)에서 주부 직원 사카구치 메구미(45)씨가 자신이 개발한 와인 ‘리라(リラ)’를 들어 보이고 있다. 육아 문제로 직장을 그만둔 이후 5년 만에 복귀한 사카구치씨는 “살림 노하우를 신제품 개발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아사히맥주 제공


일본 주류업체 아사히맥주의 사카구치 메구미(45)씨는 2011년 와인 '리라(リラ)' 아이디어를 냈다. 출시 첫해 이 와인은 168만병 팔렸다. 인기 비결은 유리병이 아닌 플라스틱 페트병에 담은 독특한 발상 때문이다. 깨질 걱정이 없고 휴대가 간편해 젊은 층도 와인을 많이 찾았다. 육아로 한동안 공백기를 가진 뒤 다시 직장에 복귀한 사카구치씨는 "살림 노하우가 신제품 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일본 노동 시장에서 '주부 파워'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결혼 혹은 출산으로 직장을 그만뒀던 40·50대 주부들이 육아 의무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자 재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 통계국에 따르면 올 1월 40대(40~49세) 기혼 여성 취업자는 496만명으로 2013년 1월(446만명)보다 50만명 증가했다. 재취업에 성공하는 주부층을 가리켜 일본에선 '아라히후(アラフィフ) 주부'라고 부른다. 50대 전후의 나이대를 의미하는 '어라운드 피프티(around fifty)'의 일본식 표현이다.

일본 주부들의 사회 재진출이 늘고 있는 건 저출산으로 일손이 부족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직장 경험이 있는 주부는 갓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과 비교해 교육 기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미즈호 은행 등 일부 기업은 주부 사원에게 근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하는 '유연 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경력직 주부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20대 후반까지 교육서적 출판사를 다니다 결혼과 함께 직장을 그만뒀던 호시노 미치요(44)씨도 2년 전 요코하마의 부동산 회사 경리직으로 재취업했다. 비록 월급(20만엔대 초반)과 직급이 이전 직장보다 낮고 계약직이지만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한다. 그는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 아들 때문에 회사와 협의해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로, 근무는 하루 평균 7시간으로 정했다.

해외 취업에도 나서고 있다. 대학생 딸을 둔 마스다 아키코(47)씨는 정부 알선으로 지난해 5월부터 태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본어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다. 30대 초반까지 유치원 교사로 일했던 경험을 살린 것이다.

취업을 원하는 주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메이지대학, 일본여자대학의 무료 직업교육 프로그램은 지난해부터 빈자리를 찾기 힘들다. 주부JOB총연구소의 가미가와 게이타로 소장은 "지금 40~50대 주부들은 대학교까지 마친 '고학력자'가 많아 이전 세대보다 재취업에도 훨씬 적극적"이라고 했다.





[도쿄=최인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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