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어린이 사이 인기… 애완동물 죽음 겪거나 돌봄 부담 느껴서 선택
다마고치 유행과 비슷… 인간관계 원만하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어
한 손바닥 안에 들어오고 표면에 흠이 적은 둥그런 돌멩이들이 애완 돌로 선발돼 팔려나간다. / 펫스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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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용 돌멩이가 미혼 여성과 미취학 아동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손바닥 크기의 동그란 돌에 이름을 붙이고 애완동물처럼 대하는 것이다. 수석(壽石)은 모양이 특이해 전시나 관상용이지만 애완 돌은 씻기고 재우고 말도 거는 등 생물처럼 돌봐준다. 아이들뿐 아니라 임씨처럼 동물을 키우고 싶은데 키울 수 없거나, 애완동물의 죽음을 겪으면서 다시 동물을 키우기 두려운 사람들도 찾는다. 애완 돌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체도 있다.
'펫스톤'은 애완 돌, 종이 상자, 둥지, 인조 나뭇잎, 세척 솔 등을 애완 돌 세트로 구성해 1만5000~2만원에 판매한다. 구매하면 4쪽짜리 관리법도 따라온다. 관리법에는 '항상 따뜻한 정성으로 애완 돌을 보살펴주시고 틈나는 대로 애완 돌과 놀아주세요' '애완 돌은 더러운 것을 싫어합니다. 제공된 브러시와 수건으로 애완 돌을 틈틈이 씻겨주세요'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펫스톤의 윤하나한 대표는 "소풍 가서 잠자리나 낙엽, 돌멩이 같은 기념품을 채집했던 어릴 적 기억이 다들 있을 것"이라며 "각박한 세상에 잠깐이나마 동심을 불러일으킬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애완 돌 판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자갈과 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조경업체에서 지름 8㎝ 안팎의 표면이 매끄러운 달걀 모양 돌멩이만을 공급받아 세척해 판매한다"며 "하루 100개가 팔린 적도 있다"고 했다. 이 업체의 인터넷 쇼핑몰에는 "애완 돌은 돌"이라고 분명히 밝혔는데도 "물을 주면 커지나요?" "자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같은 질문이 쏟아진다. "정말 귀엽다" "볼수록 매력적이다" "잘 돌보겠다"는 상품평들도 올라와 있다.
애완 돌의 원조는 미국의 '펫록(pet rock)'이다. 지난 1975년 8월 카피라이터 게리 로스 달은 "먹이 줄 필요도 산책시킬 일도 씻길 일도 죽을 일도 없다"며 애완 돌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술자리 농담을 하다 튀어나온 말이었지만 달은 농담에서 그치지 않았다. 달은 펫록 돌보는 법과 길들이는 법 등을 실은 30여쪽짜리 설명서를 만들었다. 설명서엔 "'앉아' '엎드려'는 이미 습득한 상태입니다" "'굴러'는 주인의 작은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이리 와' '일어서' '악수' 같은 고난도 기술은 아무리 가르쳐도 습득하기 어렵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멕시코 로사리토 해변에서 가져온 돌멩이를 개당 3.95달러에 판매한 달은 6개월간 150만개의 펫록을 팔아 떼돈을 벌었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은정 교수는 "3~5세 아이들에게 무생물을 생물화하는 발달 과정이 있기 때문에 미취학 아동들이 돌에게 말을 걸거나 애지중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1990년대 유행하던 다마고치와 비슷한 유행 같은데 현실에서의 인간관계가 원만하다면 애완 돌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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