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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남중국해, ‘중러 vs 미일’ 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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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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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갈등하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신(新)냉전 구도가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동맹국들을 끌어들이면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꾸는 일본을 맨 앞에 세웠다. 중국은 동남아 주변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과거 냉전의 한 축이었던 러시아와 밀월관계를 추구하며 정면대응하고 있다.

2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전날 회동에서 올해 역대 최대규모 육상ㆍ해상 합동 군사훈련 실시를 포함한 양국간 국방ㆍ안보분야 협력 증대에 합의했다. 창 부장은 “양국이 대테러를 포함해 지역적ㆍ국제적 중대 문제와 관련해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러 국방수장의 의기투합에 따라 양국이 조만간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는 남중국해 황옌다오(黃巖島)를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이 지역에 미국은 지난 19일 항행의 자유 확보를 명분으로 필리핀 클라크 미군기지에 있던 전투기 4대와 헬기 2대를 파견한 바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활주로 건설을 통해 황옌다오를 군사기지화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6일에는 일본이 해상자위대 보유 군함 중 최대규모인 1만9,000톤급 경항공모함 이세(伊勢)호를 필리핀 수빅만에 입항시키면서 긴장의 파고를 더욱 높였다. 수빅만은 황옌다오(黃巖島)와 불과 220㎞ 정도 떨어져 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일본과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가 격화하던 2012년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동중국해에서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 경험에 비춰보면 중러가 이번에는 황옌다오 중심의 남중국에서 세력을 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러와 미국이 극초음속(음속의 6~10배) 비행체 개발 경쟁을 벌이는 배경에는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도 포함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러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를 포함한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를, 미국은 중러의 반접근ㆍ지역거부(AEAD) 방어망을 각기 타격한다는 목표지만 당장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남중국해에서 군사력 불균형이 개발 경쟁을 더욱 부추긴다는 것이다. 중국 해군 군사전문가 리제(李杰)는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으로서는 남중국해 분쟁의 비당사자인 미국이 도발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개입하고 있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일 대 중러’의 대립 양상은 외교현장에서도 격화하고 있다. 미일 양국은 지난 11일 남중국해 문제 현상유지를 골자로 한 G7 외교장관들의 공동선언문을 끌어내며 중국을 압박했다. 그러자 중러 양국은 1주일여 만에 “관련 당사국간 직접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미국에 반격을 가했다.

일본ㆍ러시아의 남중국해 개입은 미일중러 4개국 모두가 자국의 이해관계를 좇은 결과다. 일본은 동중국해 문제로 중국과 대립하고 있고, 현 집권세력은 미일 군사동맹 강화를 통한 재무장을 지향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곤경에서 탈출할 기회를 중국에서 찾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도 미일의 공격적 협력에 대항할 파트너로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이 큰 러시아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이로써 미일과 중러의 세력균형이 남중국해에서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 돼 버렸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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