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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쩐의 전쟁 주파수 경매 첫날 '눈치보기'..시나리오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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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최저 경매 가격만 2.4조 원에 달하는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가 29일 시작됐다.

정부가 정한 최저 가격이 비싸진데다 투자 의무도 3배 가까이 강해져 경매에 참여한 통신사들의 고민이 남다르다.

통신3사 모두 20% 요금할인(선택약정할인)영향으로 1분기 가입자당매출(ARPU)가 전분기 대비 줄어든 가운데, ‘알파고’ 수준의 전략을 만들어 효율적인 경매를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경매 첫날, 통신3사 임원들은 시작 50여 분 전에 분당에 있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 들어섰지만, 경매 전략에 대해서는 입을 꽉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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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경매 첫날 결과(출처: 미래부)
최고입찰가는 해당 블록이 입찰이 없는 경우에도 최저경쟁가격을 최고입찰가로 표시함에 따라 블록별 최고입찰가의 합계가 실제 낙찰가 합계와 다를 수 있음첫날 경매 결과, 이통3사는 2.6GHz에 올인했다. 7라운드까지 진행됐는데 나머지 블록들은 최저경쟁가격과 최고 입찰가가 같아 경쟁이 없었고, 오로지 D블록(2.6GHz 40MHz폭)만 6553억 원에서 9500억 원으로 올라갔다.

이는 다른 주파수 블록은 입찰했다 해도 최저가를 써낸 뒤 더 이상 경쟁이 없었다는 의미다. 어떤 대역은 아예 입찰이 없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는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가 LG유플러스(032640)에 대한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 3사중 LG유플러스만 2.6GHz 대역에서 40MHz폭으로 LTE서비스를 제공 중이니, 이를 가져간다면 최대 이익이다.

첫날 경매는 치열한 눈치 보기 행태를 보였지만, 업계 안팎에선 3가지 정도의 시나리오를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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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1) 경쟁이 과열될 경우

첫날 7라운드 결과, 2.6GHz 대역(D블록)의 가격이 9500억 원이 된 것은 최저 경매가격(6553억 원)을 고려했을 때, 44.9%나 오른 셈이다. 매 라운드당 최소로 올려야 하는 가격의 비율(입찰증분)이 0.75%임을 고려하면 최소 증분 비율보다 8.5배 이상 가격을 올린 셈이다.

7라운드 만에 2.6GHz 가격이 1조 원에 육박해 다른 주파수 가격도 동시에 올라갈 위험이 있다. 경매 규칙상 50라운드의 동시오름입찰(최고가 제시자가 낙찰자가 되는 방식)이 끝나면 밀봉입찰(한 번에 금액을 써내는 방식)을 해야 하는데, 이때 자사가 50 라운드 결과 가장 많이 금액을 올린 주파수 대역에서만 무제한으로 올려 쓸 수 있다. 2.6GHz를 LTE용으로 쓰고 있는 LG유플러스가 가져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가격을 올렸더라도, 내가 원하는 주파수를 적정가격에 사려면 다른 블록에 베팅해야 하는 셈이다.

이 경우 LG가 2.6GHz(주파수 가격은 비싸지만 투자효율성이 타사보다 큼)를, SK텔레콤이 KT와 쩐의 전쟁을 벌여 둘 중 한 회사가 2.1GHz 20MHz폭(C블록)과 다른 대역(B블록, E블록) 등을, 경쟁에서 지는 회사가 700MHz(A블록) 등 남은 블록을 가져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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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2) 경쟁이 과열되지 않을 경우

5월 2일 시작되는 8라운드부터 이통3사가 정신을 차려 5개 블록에 고루 입찰할 경우다. 가격이 많이 오른 D블록은 놔두고 나머지 블록들에 입찰증분 내외의 금액만 올리는 경우다.

일단 광대역 주파수로 나온 2.1GHz 20MHz폭(C블록)과 700MHz(A블록)의 가격이 오른다. 첫날 경매에서 3사 모두 광대역 블록 중 D블록만 입찰했는데, 3사의 네트워크 투자 필요성을 고려하면 골고루 나눠 갖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때다. 미래부는 3개의 광대역 블록(A, C, D)를 지정하고 3사가 하나씩만 가져가도록 설계했다.

이 경우 LG유플러스가 2.1GHz 20MHz 폭(C블록), SK텔레콤이 2.6GHz 40MHz 폭(D블록), KT가 700MHz 40MHz폭(A블록)을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 C블록은 SK와 KT의 재할당 주파수 가격과 낙찰가가 연동돼 무조건 올릴 수 없는 상황이고, 7라운드 결과 1조 원에 육박해 버린 2.6GHz D블록을 KT가 차지하려고 SK텔레콤과 ‘쩐의 전쟁’을 벌이지 않는 경우다(반대 경우도 가능). KT(또는 SK텔레콤)로서는 700MHz든, 2.6GHz든 처음부터 LTE 망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시나리오3) 700MHz 주파수가 유찰될 경우

가능성이 낮지만 방송용이냐 통신용이냐를 두고 다퉜던 700MHz 주파수가 유찰될 가능성도 있다.

가장 주파수가 급한 사업자는 SK텔레콤이고, LG유플러스는 그리 급하지 않다. 이번에는 가격도 비싸고, 투자 의무도 강해서 통신사로는 40MHz나 20MHz만 사기로 마음을 먹었을 수 있다. 정부가 내놓은 총 140MHz의 매물 중 SK텔레콤만 60MHz 폭을 사고, KT와 LG는 20MHz씩 사려 하거나 SK텔레콤과 KT는 40MHz를 사려 하고 LG는 20MHz를 사려고 마음먹었을 때 등이다.

700MHz 대역은 지난해 지상파 UHD 방송용으로 30MHz를 분배하면서 보호대역이 예전보다 줄어 간섭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현재로선 LTE 단말기가 없는 상황이다.

일부 통신사는 경매 전략상 700MHz 단말기 수급 대책을 마련해 뒀다고 하지만, 다른 광대역 주파수(2.1GHz, 2.6GHz)에 비해 매력도가 떨어진다.

이 경우 SK텔레콤은 2.6GHz 40MHz폭(D블록)을, KT는 자사 인접대역인 1.8GHz 20MHz폭(B블록)과 2.6GHz 짜투리 20MHz폭(E블록), LG유플러스는 2.1GHz 20MHz폭(C블록)을 노릴 수 있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에 물었더니 700MHz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더라”면서 “만약 유찰된다면 정부로서도 망신”이라고 말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LTE-TDD 주파수를 내년에 경매한다고 했지만 정해진 게 없는 상황에서 급증하는 데이터 추세를 고려했을 때 700MHz 유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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